▲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시내에서는 테크노 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출처= Africa Global Villag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프리카 스마트폰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가 주식 시장 데뷔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테크노(Tecno)라는 브랜드로 아프리카 시장을 장악한 중국회사 트랜션(Transsion, 传音)이 30일,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 STAR Market)에 상장돼 거래 첫날 공모가(35.15위안, 5900원)의 96%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64% 오른 수준에서 마감됐으며 시가총액은 무려 462억 4000만 위안(7조 7600억원)에 달했다.

트랜션은 커촹반 IPO에서 4억 달러를 모금했는데, 온라인 입찰 참여자 20명 중 1명, 오프라인 입찰 참여자 1000명 중 3명만이 주식을 배정받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새로운 중국을 찾아서

선전(深圳)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트랜션은 2018년에 전세계적으로 1억 2400만대의 전화기를 판매해 33억 달러(4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중국에서는 단 한 대의 전화기도 판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회사는 수천 마일 떨어진 아프리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서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회사는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사는 대륙에서 삼성과 애플 같은 세계적인 회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DC의 자료에 따르면, 트랜션은 아프리카 시장의 거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트랜션의 창업자 조지 주(George Zhu, 竺兆江)는 다른 휴대전화 회사의 영업팀장으로 있으면서 10년 가까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선진국 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전화기를 아프리카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타이밍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2000년대 중반, ‘주출거 전략’(走出去, Going Out)이라는 이름 아래 대거 해외로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했다. 당시 휴대전화는 중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었지만, 대략 비슷한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매우 드문 사치품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아프리카는 새로운 중국이 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최고 스마트폰 제조사와는 다른 성공 경로를 택했다. 중국에서는 단 한 개의 매장도 가지고 있지 않아 중국의 유명 기술 회사들 사이에서도 그 이름이 눈에 띄지 않지만, 나이지리아의 옛 수도 라고스(Lagos), 케냐의 나이로비,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 같은 도시의 번화가에는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테크노의 밝은 푸른색 상점들로 넘쳐난다.

아프리카에 최적화된 전화기

에티오피아의 한 고객은 "이 전화기는 셀카에 아주 좋다"며 자신이 방금 찍은 사진에 감탄하며 말한다. 트랜션의 아리프 차우드후리 부사장은 “우리의 카메라는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빛을 조정하기 때문에, 사진이 더 아름답게 나온다”며 “그것이 우리 성공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전화기가 ‘목표 시장에 최적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배터리는 대용량이며 열 보호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에서는 전력 공급을 신뢰할 수 없어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전화기를 충전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프리카 인들을 위해 특화된 모바일 음악 앱 붐플레이뮤직(Boo mplay Music)도 탑재했다.

가격 또한 큰 장점이다. 트랜션은 스마트 기능이 없는 ‘아이텔’(itel) 브랜드 전화기를 9달러에 판매한다. 지난해 아이텔의 판매량은 6000만대에 달했다. 또 이보다 고급 기종이지만 역시 스마트 기능이 없는 11달러짜리 보급형 테크노 모델도 3000만 대 이상 팔렸다.

트랜션의 스마트폰은 이보다는 더 비싸지만 여전히 경쟁사들보다 훨씬 싸다. 45달러에서 91달러인 트랜션 스마트폰도 지난해 3400만 대 팔렸다.

드랜션은 아프리카에 동화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회사는 지난 2011년,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 교외에 조립 공장을 세웠다. 이곳에서 약 700명의 근로자들이 하루에 2000대의 스마트폰과 4000대의 피처폰을 조립한다.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내 전화기가 에티오피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서 더 좋다"고 말한다.

차우드후리 부사장은 "아프리카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프리카인이라고 말한다"며, 그것이 테크노 매장에 일체의 한자나 중국 브랜드의 흔적이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비즈니스지가 발간한 '2017-2018 브랜드 아프리카 100' 보고서에서 테크노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존경받는 브랜드 7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14위에서 상승했지만 여전히 삼성(2위)과 애플(5위)에는 뒤져있다.

▲ 트랜션의 테크노 전화기 카메라는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빛을 조정하기 때문에, 사진이 더 아름답게 나온다.   출처= NairobiNews

이젠 인도 너머로

트랜션에게 있어, 미래의 성장은 아프리카 밖 러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같은 다른 개발 도상국들에까지 사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IDC에 따르면 트랜션은 2017년 인도에서 테크노를 출시했으며 1년도 안 돼 이 거대 시장의 5%를 점유했다.

테크노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발전을 했을까? 차우드후리 부사장은 ‘현지 관습에 맞춘 또 다른 혁신’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지요. 그래서 식사할 때 그들의 손가락에는 기름이 묻어 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있는 중에 상사가 전화하면 어떻게 할까요? 전화를 받으려 해도 지문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지요. 정답은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도 터치할 수 있는 스크린을 만드는 것입니다!”

트랜션은 이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새로운 영토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수익원으로서 하드웨이 기기 판매뿐 아니라 자체 음악 앱, 게임, 디지털 결제 서비스와 같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IPO에서 모금한 돈을 충칭, 상하이, 선전 등에 스마트폰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데 사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