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때문에 서점을 누구보다도 자주 찾는 편이다. 물론 책을 사러 가는 목적 보다는, 새로 나온 책이 무엇이 있고, 당장 혹은 나중에 살 책들을 ‘찜’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최근 눈에 띄는 카테고리가 있다.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식의 내용을 ‘업무상 필요한 여러 소프트 & 하드 스킬’로 분류하여 이를 어떻게 익힐 수 있고, 같이 일하는 주변에서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 들어서 무엇 하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타인에게 아무리 인정받아 봤자, 오래가지 못할 것은 뻔하고, 오히려 스스로 얼마나 뿌듯함을 느꼈는 가에 따라 그 지속서의 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은 (타인의) 칭찬에 약하다. 누군가의 칭찬 및 인정을 통해 성장하려는 계기를 발견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혹은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만큼 어떤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계기가 ‘나아진 스킬’만으로는 부족하다. 과연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혹시 별다른 평가할 만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결과물을 내기 위해 필요한 스킬 또는 여러 경로를 순발력 있게 해내는 것으로 우리의 평가 기준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에서 ‘스킬’의 의미]

일을 잘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그래서 모두들 그렇게 스킬에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를 측정하는 기준은 ‘빠르고 정확히’ 어떤 일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 모든 평가를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개발자 라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필요한 소스 코드로, 원하는 프로그램 구조 및 내용을 설계하는가, 디자이너 라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디자인 템플릿 혹은 아웃풋을 만들어내는가, 기획자 라면, 고객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만한 전략과 실행 계획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목표한 비즈니스 성과까지도 일부 혹은 전체를 담보할 수 있으며, 실질적 기획(서)을 만들어 실행에 옮겨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가.

이와 같이 ‘일반화’하여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은 누가 못하는가. 대부분이 알맹이가 없다. 주어 또는 목적어가 없어, 의미는 알겠지만 정확히 어떤 말인지 누군가에게 설명하려면 쉽지 않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대표되는 직무 마다, 각 기업의 특성, 이를 맡은 (평가)담당자가 그간 쌓은 여러 경험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이 모두를 초월하여 만족시키려면 모두를 압도할 기술이 있어야 하지만, 사실 그런 기술은 존재하기 어렵다.

특정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것, 그런 것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우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범용적 프로그램 중에 고수, 중수, 하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만들 수 있다고 쳐도, 그들 각각을 다시 또 레벨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토익 점수 900점과 990점의 차이는 무엇인가. 결국 누가 몇 개 더 맞추고 못 맞추고의 시험을 잘 보는 스킬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이를 통해 990점이 900점 보다 영어를 더 잘하거나 능수능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당연한 것을 여전히 990점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바보같은 이들이 있다는 것이 경악 스럽다. 심지어 관련 직무에서 ‘영어’를 거의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말이다.

그저 평균 이상만 되면,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을 수준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회사에서 ‘얼마나 ‘Skillful’하는가에 따라 서열과 직책 등이 매겨진다고 하면, 지금의 조직을 뒤집어야 할 것이다. 가장 스킬이 없거나 약한 집단이 C레벨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자. 각 직급 및 경력과 경험에 맞춰, 각자가 기대하는 바를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결정된다고 말이다. 아주 쉽고 당연한 개념이지만, 이를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타인과 비교하기 쉬운 여러 조건 등을 무조건적으로 비교하는 이들을 보면 참으로 무식해 보인다.

현재 어느 위치에 있고, 그 위치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술 수준은 무엇이며, 여기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맡고 있는 직무에서 조직이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따라 일/잘/알과 일/잘/못이 결정될 수 있다.

이때 물론 스킬이 뛰어나면 조금은 유리하다. 더욱 뛰어난 스킬로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나름 일을 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마침 그러한 능력 혹은 이를 배울 만한 여유와 재능이 부족하다고 하면, 상심하지 않았음 좋겠다.

그러한 스킬 치고 ‘폭이 좁아’ 다른 곳에서 사용하지 못하거나, 응용의 수준까지 올라가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신께서 단지 그 재능을 주지 않은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 외에 다른 무엇을 익히고, 갈고 닦아야 하는지 확실하게 기준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단, 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은 현재 머물고 있는 위치와 미래의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을 최대한 고려하여 선정해야 할 것이다.

엉뚱한 스킬과 테크닉을 익히며 시간만 보내어, 결국 예상치 못한 내 모습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가장 경계하여,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스킬을 다수 장착하여 만화 속 가제트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