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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춘추전국 시대] 신토불이(身土不二)의 반격"방어전, 공격전 모두 자신있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가 속속 몸집을 키우는 한편 국내 시장에도 진격하자, 국내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도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최초 '방어전'에 집중한 후 조금씩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공격전'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강하다.

이들은 스스로가 '토종 플랫폼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우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미디어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가 살아야 글로벌 미디어 업체의 종속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율배반적 분위기도 연출하는 중이다. 최초의 방어전과 이후의 공격전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웨이브, 지상파의 부활
SK텔레콤은 올해 1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 방송3사의 연합작전을 공식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을 결합하는 것이 골자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은 “이제 유료방송 서비스도 기존의 똑같은 서비스, 똑같은 콘텐츠 제공에서 벗어나 고객별로 미디어 소비성향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번 개편이 진정한 고객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20일 두 회사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며 연합전선은 더욱 구체화됐다. 공정위는 “국내 OTT 시장이 급속하게 변화·발전하고 있으며, OTT 사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심사를 신속히 진행했다”면서 “앞으로도 신산업 시장에서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빠른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하고 신속하게 심사·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웨이브의 탄생이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9월 16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18일부터 정식 출시를 시작했다. ‘2023년 가입자 500만명 확보’라는 야심만만한 목표도 내걸었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합병법인 웨이브에 900억원 수준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30%의 웨이브 지분을 확보했다. 야망은 크다. 올해 초까지 유료 가입자 72만명 수준에서 정체를 겪던 푹이 웨이브 출범 준비 기간인 지난 4월부터 시작된 SK텔레콤 제휴 프로모션으로 가입자 수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여세를 몰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방안이다.

   
▲ 이태현 웨이브콘텐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글로벌 사업으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면서 “국내 OTT산업 성장을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등 콘텐츠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지난 9월 18일부터 신규 가입자에게 베이직 상품(월 7900원)을 3개월간 월 40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프로모션도 제공했다. 2023년까지 총 2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웨이브는 최초 지상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가동된다. 여기에는 지상파의 부활이라는 기대감이 선명하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상파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웨이브의 출범으로 지상파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최승호 MBC 사장은 “지상파와 SK텔레콤이 OTT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면서 “해외 OTT 업체들이 들어오는 한편 시장의 개방이 시작된 상황에서, 지상파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에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SK텔레콤과 협력해 미래를 향한 모험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반도체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콘텐츠 역량도 매우 중요하고 강하다”면서 “SK텔레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어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메인 스트림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기준 국내 OTT 시장에서 옥수수는 월간 실사용자수(MAU) 329만명이며 점유율 35.5%로 1위를 기록했다. 푹은 MAU 기준 85만명(9.2%)으로 점유율 4위다. 1위와 4위의 만남이다. 업계에서는 옥수수와 푹의 결합으로 국내 OTT 시장이 재편,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웨이브는 당분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습을 막아내는 한편, 추후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도 노리고 있다. 다만 경쟁자에도 지상파 콘텐츠를 정상적으로 수급해야 하는 웨이브의 방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하며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사 플랫폼 수급을 전제로 걸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가 보유한 콘텐츠도 수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기 전선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OTT 전체를 규제하는 최근의 분위기도 관건이다. 통합 방송법 논의가 시작되며 OTT를 방송법에 포함시키려는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웨이브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가 규제를 피해가고, 토종 플랫폼인 웨이브만 규제의 덫에 걸리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 웨이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CJ와 JTBC도 만났다. 이들은 각각의 콘텐츠 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OTT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는 각오다. KT 및 LG유플러스 등의 연합 제안을 거절하고 웨이브에도 콘텐츠 제휴를 맺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브와 접점이 있는 만큼 치열한 내전이 불가피하다.

왓챠플레이도 있다.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국내 OTT 시장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나름의 저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왓챠플레이의 자회사인 콘텐츠 프로토콜이 JTBC와 만나 블록체인 콘텐츠 실험에도 나서는 등,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왓챠플레이가 가동되고 있다. 출처=뉴시스

결국은 쩐의 전쟁, 프레임 전쟁
새로운 국내 OTT는 왓챠플레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기업 중심이다. 그리고 이들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콘텐츠 볼륨을 키워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업자와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차이다. 현재 새롭게 등판하고 있는 국내 OTT도 막강한 자본을 가지고 있으나, 넷플릭스 및 디즈니와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수준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는 콘텐츠 제작자와의 협상과정에서 약점으로 여겨질 전망이다.

글로벌 사업자와 비교해 플랫폼 확장 한계도 눈길을 끈다. 웨이브의 경우 추후 글로벌 전략을 구상하고 있지만 당연히 기존 글로벌 강자들과 비교하면 타이밍이 늦었다. 이는 역량있는 콘텐츠 제작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핵심 무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 제작자와의 협상 과정에서 자사의 글로벌 플랫폼 활용을 적극 어필하기 때문이다. 이미 설계된 판을 부술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뚜렷한 묘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OTT 사업자들의 태생적 한계도 있다. 웨이브 출범 현장에서 "국내 사업자만 OTT 관련 법안의 규제를 받는것은 부당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업계가 가진 공포감은 상당하다. 이러한 측면의 규제 해소 노력이 존재해야 최소한 국내 OTT가 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이유로 국내 OTT 사업자들은 '신토불이 정신에 입각해 애국 마케팅을 벌일 생각은 없다'면서도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에게 우리 시장을 잠식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ICT 기업인 네이버가 구글 및 페이스북에 시장을 빼앗길 수 없으며, 클라우드 시대에서 디지털 패권을 빼앗기면 곤란하다고 주장하는 논리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0.10  15: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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