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회사 A는 현재 A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는 B를 상대로 “과거 B가 A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당시 지급받아 간 퇴직금 중간정산금 및 상여금 등(이하 퇴직금 등)은 상법 제388조 상의 규정에 따른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지 않고 지급받은 것이므로 지급의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이를 주식회사 A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상법 제388조은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수를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는 내용으로 우리 법원은 이 규정의 취지를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이사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은 자칫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 변경이 가능한 정관에 미리 그 액수를 정해 놓거나 정관에 정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서라도 이를 통제하라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법원은 상법 제388조의 법적 성질을 이른바 ‘강행규정’이라 보고 있고, 위 상법 제388조의 규정에 반하는 절차는 모두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관에 이사의 보수에 대한 액수를 정하지 않았으면서도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임의로 회사가 이를 이사에게 지급하는 경우, 정관상의 정함이 없이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의 결의로 이를 대체하여 이사에게 지급하는 경우, 상법 제388조의 규정에 따라 정관에 이사의 보수에 대한 액수를 정하지 않고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위임하였음에도 주주총회의 결의를 하지 않고 이를 이사에게 지급하는 경우 등은 모두 그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정관 등에서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금액․지급방법․지급시기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이사의 보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다11888 판결)한 바 있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사의 퇴직금 역시 상법 제388조에 규정된 보수에 포함되고,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받는 형식을 취하는 퇴직금 중간정산금도 퇴직금과 성격이 동일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퇴직한 이사에 대한 재직 중 직무집행의 대가로서 퇴직한 때에 비로소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보수의 일종인 일반적인 이사의 퇴직금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퇴직금 중간정산금은 이사의 신청을 전제로 이사가 퇴직하기 전에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므로, 이사가 중간정산의 형태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퇴직금의 지급시기와 지급방법에 관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 A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B는 자신의 재직 당시 임원의 퇴직금 지급기준을 “근속연수 2배수”로 상향하는 것으로 주식회사 A의 정관이 변경된 것을 기화로, “이사회에서 제정된 임원퇴직급여규정”에 “회사는 임원의 신청이 있으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개정하고, 위 급여규정 부칙의 경과조치에서 “이 규정 시행 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경우에는 본 규정에 의해 산출된 퇴직금에서 기정산 지급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지급한다.”라고 개정하는 등 자신이 회사에 신청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퇴직금 중간정산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내부 규정을 바꾸어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지 않고 퇴직금 중간정산금 형태로 주식회사 A로부터 이 사건 퇴직금 등을 수령하였는바, 정관 등에서 이사의 퇴직금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퇴직금의 액수에 관하여만 정하고 있다면,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이사는 퇴직금 중간정산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상장기업, 혹은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관여하고 있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회사가 아닌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번 판례에서 문제가 된 사건과 같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원의 보수를 정하고 이를 통해 회사 경영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회사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상법 제388조 상의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밟아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아가는 것이 필요하고, 주주의 입장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위 절차를 지켜 보수를 받아가는 것인지를 잘 살펴 스스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