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얼핏 보면, 몇 개의 콘크리트 블록을 가로질러 두 개의 단 사이를 걸어가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능력은 단순한 기술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인간인 당신은 징검다리를 깡충깡충 뛰면서 얕은 개울을 건너거나, 등산할 때 넘어지지 않고 좁은 길을 빠져나가는 것을 몇 번이나 해봤을까?

꽤 간단해 보인다고?

그러나 복잡한 관절과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을 타고 난 인간처럼 그렇게 장애물을 탐색하는 능력은 기계, 특히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플로리다주 펜사콜라(Pensacola)에 있는 인간및 기계인지연구소(Institute for Human & Machine Cognition, IHMC) 연구원들은 최근 무게가 343파운드(156 kg)나 나가는 산 만한 덩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 스스로 좁은 지형을 횡단하도록 훈련시키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3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로봇제작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Atlas) 모델을 기반으로 IHMC가 제어, 인식 및 계획 알고리즘을 사용해 만든 로봇이 몇 개의 좁은 콘크리트 블록과 평균대를 조심스럽게 가로지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동영상에서 이 로봇은 마치 사람처럼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IHMC는 동영상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이런 지형에서 로봇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성공률은 아직 50%에 불과하다"면서 "각(角) 운동량(angular momentum)을 이용해 균형 감각을 더 개선하고 관절 동작 범위를 더 고려함으로써 성공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IHMC는 또 "엉덩이 관절의 동작 범위가 제한돼 건너 뛰는(cross-over) 걸음 동작을 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고, 한쪽 발이 다른 쪽 발 바로 앞에 있는 자세에서 몸체를 지탱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로봇이 좁은 지형을 스스로 걷게 하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의 로봇은, 펄스 레이저(pulsed laser)센서로 물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광선 레이더 시스템(LIDAR)(이 시스템은 자율주행차량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도 자주 사용되는 중요한 구성요소임)을 이용해 발 아래의 지형을 감지한다. 로봇은 또 움직일 거리의 시작과 목표 사이의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경로 계획 알고리즘’(path planning algorithm)을 사용한다.

▲ 복잡한 관절과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을 타고 난 인간처럼 동작하는 능력은 기계, 특히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처= IHMC

IHMC의 선임 연구 과학자 제리 프랫은 연구원들이 다양한 지형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로봇은 아직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을 아무데나 사람처럼 똑같이 갈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장점은 이동성이 정말 좋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이 어느 지형이나 스스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는 언제든 산에 오를 수 있고, 울퉁불퉁한 동굴 속을 걸을 수 있고, 눈 덮인 산이나 계단을 오를 수 있지요. 인간이 못 가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프랫에 따르면, 인간이 그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발 넓이가 3~4인치(7.5~10cm)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바퀴 달린 로봇, 예를 들어 청소 로봇 룸바(Roomba)는 폭이 13인치(33 cm)나 된다. 인간의 발은 비교적 작고 좁기 때문에 길을 거의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도 쉽게 통과하고 장벽도 뛰어 넘을 수 있다. 몸을 땅 위 높이 끌어 올려도 몸무게의 높은 중심을 지탱할 수 있다(예를 들어, 손이 닿지 않는 나무에 달린 과일을 따기 위해 손을 뻗어 가지를 잡아당기는 것을 생각해 보라).

두 발로 걷는 인간의 다재다능성이야말로 연구원들이 그것을 로봇의 형태로 재현하고자 하는 이유다. 프랫은 아직까지는 두 발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이 오락, 광고, 교육 외의 용도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두 발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폭탄 처리반, 소방대, 그리고 붕괴된 건물이나 눈사태 속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임무에 사용될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서진 차량 내부나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처럼 바퀴 달린 로봇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두 발 달린 로봇 만이 멋진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발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아마도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일 것이다. 영화와 반대로 인간이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만들 때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도 원격으로 작동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내 인간에 적합한 서식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처럼 생기고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외계에 보낼 수 있다면 과학자들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될 것이다.

"그런 탐사를 위해 바퀴 달린 로봇을 보내고 그에 따라 다른 모든 것을 설계해야 한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낸다면 필요한 추진 질량을 줄이고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 몸에 맞게 설계된 세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