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COMPANY > 인더스트리
악재겹친 현대重, 정기선 경영승계 부담커지나수주 부진에 노사 갈등까지… 3세 경영 명분 입증 ‘험로’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 들어 현대중공업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악화 등 영향으로 수주가 부진한데다, 최근에는 배출가스 관련 환경 규제를 어겨 미국으로부터 560억원의 벌금까지 물게 생겼다. 

대우조선해양과의 결합심사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노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설상가상으로 하청노동자 사망사건까지 터지면서 현대중공업은 그야말로 ‘폭풍의 눈’ 한 가운데 서 있는 모양새다. 경영상황이 이래저래 악화되면서 3세 경영을 준비하던 정기선 부회장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重, 수주 목표 달성 ‘빨간불’에 560억 벌금까지

2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 목표 달성률은 최하위다. 8월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의 누적 수주액은 53억달러(70척) 수준이지만, 현대중공업만 떼놓고 보면 22억달러(17척)에 불과하다. 올해 수주 목표 금액 117억달러의 18.8%만 채운 셈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42억달러(26척), 30억달러(17척)로 전체 수주 목표의 54%와 36%를 달성한 것과 비교해보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실제 업계에서는 올해 조선3사의 상반기 수주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입을 모은다.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제 둔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주들의 선박 구매 심리가 위축돼서다. 실제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026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42%나 줄어들었다.

   
▲ 출처=현대중공업

여기에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초부터 진행돼 온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이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내 기업결합 심사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영업활동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현대중공업은 올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 후 지난 5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어 현재는 6개 지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국 경쟁당국에, 8월에는 카자흐스탄, 9월에는 싱가포르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본에는 심사 전단계인 상담 수속을 4일 개시했고, EU(유럽연합)은 4월부터 기업결합심사 사전절차가 진행 중이다. 

수주도 부진한데 또 다른 악재까지 겹쳤다. 배출가스 관련 환경 규제를 어겨 미국으로부터 560억원의 벌금 폭탄을 물을 처지에 놓인 것.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자회사 현대건설기계는 미국 환경 기준에 맞지 않는 디젤 엔진의 불법 수입과 판매 등으로 4700만달러(약 560억원)의 벌금을 지불키로 현지 당국과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2012~2015년 차량 배출가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중장비 차량 2300대를 미국에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청노동자 사망 등 노사문제 극에 치달아… 기업결합심사 ‘복병’ 되나 

안으로는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법인분할 주주총회 전후로 노조 파업과 주총장 점거, 이에 대응한 사측의 징계와 민·형사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노사 갈등의 골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것.

특히,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M&A)을 반대하는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현재 마주한 가장 큰 산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양측 노조는 모두 인수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며, 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 승계를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사측과 대치하는 모습. 출처=뉴시스

여기에 노동계가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을 찾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반대 의견서까지 제출하기로 하면서, 기업결합심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일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노조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안전작업표준 조치를 준수하지 않고 하청업체가 기본적인 안전조치 없이 위험작업을 강행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고에 강력 항의하며 사측에 임시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현재 관할 노동청인 울산지청은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해 부분 작업정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울산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을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도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2일 상견례 이후 지난 24일까지 14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3세 경영’ 행보 정기선, 부담 커질 수밖에

대내외악재로 인한 경영부담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그룹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경영승계를 위해 동분서주 활동반경을 넓혀가던 정기선 부사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중공업을 사업부로 나눠 기업분할한 후 지주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정몽준 회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정 부사장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수천억을 대출받으면서 승계작업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현재 정 부사장은 지주회사 지분 5.10%를 갖고있으며, 아버지 지분(25.8%)만 상속받으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올 들어 정 부사장은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직접 챙기는 등 경영 전면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세번째). 출처=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 인스타그램

지난 6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사우디 아람코·현대중공업·람프렐·바흐리 간 합작회사인 IMI의 현대중공업 지분을 10%에서 20%로 늘리는 등 협력을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이어 7월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 중후한 주요 그룹 총수들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 3대 국제 가스·오일 전시회 중 하나인 ‘가스텍2019’에 참가해 그룹의 본업인 조선 수주 영업에 힘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20여년간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 따라 운영되던 현대중공업그룹을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명분은 아직 부족하다. 기존 승계 타당성의 핵심으로 지목 받던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총수 사익 편취, 일감 몰아주기 등 부정적 이슈에 휘말리면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돼 2016년 11월 출범한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로, 선박 수리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분할 당시 알짜 사업부문을 떼주면서 ‘총수 사익 편취’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매출액 상당 부분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35.6%(약 849억원)에 달한다. 안정적인 내부거래에 힘입어 고속성장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은 2017년 2381억원에서 지난해 4132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익도 600억원에서 766억원으로 증가했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통한 승계 스토리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맞닥뜨렸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으로 경영 승계 타당성 입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워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인수에 성공하는 경우 정 부회장은 그룹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한 인물도 정기선 부사장으로 알려진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경우 이점은 명백하다. 세계 제1의 조선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넘어가면서,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가 되는 경우 강화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갈 수 있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부사장은 물적분할 등 오너의 리더십과 책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너일가의 경영 승계와 관련한 명분이 필요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산적한 과제는 정 부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  승인 2019.09.28  17:22:00
이가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