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레버리지를 제한할 것이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출처= Business Information Industry Associati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올해 중국의 국내 채권 부도율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내년에는 역외 시장의 차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채무자들이 발행한 달러 표기 채권 중 상당 물량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소 15% 고금리 채권 중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86억 달러(10조원)에 이른다.

다시 말하자면, 재무 상태가 가장 나쁜 중국 회사들의 달러표시 채권의 40%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레버리지를 제한할 것이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낮은 비용으로 채권을 발행했던 회사들이 부메랑으로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홍콩의 채권투자 전문회사 SC 로위(SC Lowy)의 미셸 로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엄청난 눈사태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면 자금들은 고수익 채권에서 발을 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차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오텅 글로벌 자산운용의 채권투자담당 워니 추 전무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발행한 채무자들의 상당 수는 기초가 부실하며, 너도 나도 확장에 나섰던 2017년의 특혜적 금융 조건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위험과 비교가 안 되는 저금리로 발행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문제를 예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최악의 충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의 15% 이상 고금리 역외 채권의 40%가 내년에 만기가 몰려있다.    출처= Bloomberg

실제로, 자금 운용사들은 이미 리스크가 높은 회사들의 채권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고금리 본드 펀드는 지난 8월 3% 가까이 빠져나갔고(아시아 지역 고금리 채권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발행한 것이다), 아시아 투자 등급에 대한 펀드 유입은 1%에 증가에 그쳤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징후는 2차 시장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익률을 더 끌어 올렸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스트레스 레벨 프리미엄의 중국 달러 채권이 두 배로 늘어난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베이징 소재 건설업체인 오션와이드 홀딩스(Oceanwide Holdings), 텐진의 국영 무역회사 테우그룹(Tewoo Group Co.), 상하이의 부동산 개발사 이다 차이나 홀딩스(Yida China Holdings) 등 25개 투기등급 업체에 시장 전문가들은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25개 업체 중 10개가 부동산 개발회사다.

모간 스탠리의 아시아 전략팀장 켈빈 팡은 조사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의 회사채 만기가 대개 1년에서 3년 사이로 비교적 짧아 중국 회사채의 디폴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ustralia & New Zealand Banking Group)의 오웬 갈리모어 신용전략팀장도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면, 중국 달러표시 채권 시장에서 디폴트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