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 외관.  출처= 신세계아이앤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판 아마존고일까, 미완의 무인 매장일까.

25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 경기김포경찰서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24 셀프스토어’의 외관은 일반 이마트24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황, 검정 등 이마트24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색상으로 구성된 실외 디자인은 한눈에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간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마트24 글자 옆에 ‘셀프 컨비니언스 스토어(Self Convenience Store)’라는 영단어가 붙어 있다. 이마트24가 기존 전국 각지에 50개 가량 운영하고 있는 미래형 편의점 셀프 스토어와 같은 로고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설립된 셀프스토어의 지점명은 ‘김포DC점’이다. 같은 건물에 신세계그룹 정보기술(IT)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의 데이터센터(DC)가 구축돼있는 점을 반영해 지어진 이름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마트 셀프스토어에 도입된 각종 원천기술들을 개발했다.

▲ 김포DC점 내부 전경. 출처= 신세계아이앤씨

QR코드를 인식시키는 과정없이 매장 현관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점은 기존 셀프 스토어와 다른 부분이다. 좌석과 테이블, 자판기가 설치된 공간을 이마트24 회원이 아닌 고객에게도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을 열면 정면에 여느 편의점 점포에서나 볼 수 있는 상품 진열대가 눈에 띈다. 바로 앞에는 도심 빌딩 로비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출입용 기기를 비롯해, 로고 라이트를 통해 바닥에 동선을 안내하는 불빛이 비춰져 세련된 감성을 자아낸다.

▲ 사진= SSG페이 앱을 실행하는 모습.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30일 정식 오픈 전까지는 신세계그룹 임직원들만 진열 공간에 입장할 수 있다. 현장 직원이 이마트24 셀프스토어 앱의 QR코드를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뒤 출입 기기에 갖다 대니 차단막이 부드럽지만 신속하게 열린다.

▲ 김포DC점 천장에 설치된 고객 및 상품 인식 카메라.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매장 출입 시스템은 QR코드를 인식한 직후 내부로 입장하는 고객을 QR코드 소유자로 인식한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 31대가 QR코드 주인으로 인식한 고객을 오류없이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거나 변장해도 동일 인물로 알아본다.

영업면적 86㎡의 절반 이상인 46.3㎡ 가량을 차지하는 진열 공간에는 790여종의 상품이 진열돼있다. 같은 크기의 일반 이마트24 점포와 유사한 제품 구색을 갖췄다. 신선식품(FF)이나 스낵, 음료 등 식품류를 비롯해 종이컵, 휴지, 생리대 등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잡화들이 놓여있다. 인근 거주민이나 직장인들이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만한 구성이다. 홀 가운데 놓인 진열대 3개 사이로 두 사람이 겹쳐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여유롭다.

각기 다른 종류의 상품들은 일반 매장과 달리 빽빽하게 붙어있지 않고 일정 간격을 둔 채 진열돼 있다. 매대에 재고 관리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상품이 놓인 매대 마다 상품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가 장착돼 있어 고객이 상품을 집어 들거나 내려놓을 때마다 인공지능(AI)이 인지할 수 있다. 천장 카메라도 물건을 구분하고 이동 여부를 인지하기 때문에 물건을 바꿔치기 하거나 지정된 곳 외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무게와 이미지로 상품의 이동경로를 인식하고 결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매장의 냉동고 속 아이스크림처럼 간격없이 ‘쌓아놓고’ 판매되는 물건은 없다. 김포DC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은 스탠드형 냉동고에 정돈돼 진열돼 있다.

고객이 집어든 물건을 들고 QR코드를 찍거나 하는 행위 없이도 출입 기기 밖으로 나가면 재고량이 실시간 변동된다. 기존 셀프스토어에서 고객이 사려는 상품마다 붙어있는 바코드를 직접 스마트폰에 인식시킨 뒤 나갈 때도 스캔해야 하는 점에 비해 편리하다. 고객이 사려는 물건을 들고 출입기기 바깥으로 나오면 결제가 이뤄졌다는 메시지가 고객 앱을 통해 5~10초 만에 전송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아마존 고에서 결제 및 알람에 5~10분 가량 걸리는 것에 비해 훨씬 빠르다. 신세계아이앤씨가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기술 덕에 가능한 일이다.

▲ 영수증이 고객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고객들은 QR 코드를 찍고, 물건을 집어들고, 매장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상품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24와 신세계아이앤씨가 내세운 슬로건 ‘기다리지 말고 유유히 나가세요, 그냥 집어 들고 가세요(NO WAIT, FEEL FREE TO GO / JUST PICK&OUT)’ 그대로다.

고객이 환불이나 교환을 원할 경우 점주나 직원에게 문의하면 된다. 해당 상품의 훼손 여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뒤 즉시 환불 처리할 수 있다.

직원이나 점주는 매장에 상주하며 고객의 환불·교환 요청을 접수하고 도울 뿐 아니라 서비스 안내, 상품 진열, 매장 청소, 담배 고객 성인인증 등 업무를 수행한다. 김포DC점에서는 점주와 직원 1명이 교차 근무하고 있다. 매장 운영 측은 계산대에 묶여있을 시간에 점포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직원이 상품 바코드를 찍거나 결제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마트24에 셀프 스토어라는 개념이 적용됐지만 흔히 표현하는 ‘무인 편의점’과는 다르다. 모든 서비스가 자동 도는 직원없이 제공되는 매장을 고객 입장에서의 무인 점포라고 부를 경우 이마트24에서는 관계자가 고객 서비스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아마존 고를 ‘계산원 없는 매장(cashier-less store)’ 또는 ‘계산대 미설치 점포(checkout-free store)’ 등으로 표현한다. 이마트24도 셀프 스토어를 ‘미래형 편의점’이라고 부른다.

▲ 모델들이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을 이용하는 모습. 출처= 신세계아이앤씨

이마트24와 신세계아이앤씨는 당장 진화한 미래형 편의점의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김포DC점을 시험 무대로 삼아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셀프 스토어에 접목된 각종 기술들을 국내·외 편의점업계에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마트24는 셀프 스토어를 통해 고객 편의를 도모할 뿐 아니라 창업자의 사업 효율을 위해 가맹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대면 판매를 해야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인 술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은 점이나 1+1 상품을 나서서 챙겨주지 않는 점 등 소소한 개선점들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가 가장 먼저 진보한 형태의 미래형 편의점을 실체화한 점은 괄목할 만한 행보다. 영업망·상품군 경쟁 일색인 국내 편의점 업계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이마트24 셀프 스토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점포의 발전상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