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릭스미스가 개발한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임상 3상 데이터에서 양물 혼용 가능성이 도출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헬릭스미스가 자체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0202)’의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에 따라 데이터 도출에 실패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발생하면 안 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역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위기 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헬릭스미스 임상 3상 결과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제약바이오 업계는 충분히 부진을 겪고 있어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급락할 수 있으나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약물 혼용’ 벌어질 수 있는 일…“위기 관리 부족 안타깝다”

헬릭스미스는 24일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엔젠시스 임상 3상 데이터 도출 실패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지난주 약력학(PK) 데이터에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했다”면서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이라는 사건이 벌어져 송구하다”고 밝혔다.

엔젠시스 임상 3상 데이터를 보면 엔젠시스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위약 환자군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됐다. 엔젠시스 투여군에서는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사례가 나왔다. 위약군과 엔젠시스 투여군에게 투약된 위약과 엔젠시스가 혼용됐다고 보인다.

약물 혼용 가능성은 약물을 임상진행기관에 배정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켰을 사례와 임상진행기관에서 약물을 잘못 투여했을 가능성이 꼽힌다. 이 같은 오류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헬릭스미스 사례와 같은 오류는 해외에서도 의약품 임상을 새로 시작하는 나라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대비를 반드시 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도 모두 하는 것. 글로벌 임상 시 통관할 때에도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임상 3상과 관련해 약물 혼용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임상시험은 대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와 임상시험위탁기관(CRO) 관계자,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임상시험진행기관의 의료진 등 많은 관계자가 참여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기 관리는 더욱 철저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CRO는 수익이 크지 않으므로 일에 대한 동기가 낮을 수 있다”면서 “세밀한 곳까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릭스미스 측은 데이터 도출 실패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임상진행기관에서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밝혔지만 CRO 등 특정 기관을 언급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김선영 대표는 “소송, 손해배상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면서 “헬릭스미스가 활용한 CRO는 통증 CRO 중에서는 5위권 안에 들어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이후 진행할 두 번째 임상 3상에서는 위기 관리를 철저히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번 임상 3상은 CRO가 지정하는 CRA가 관리했다”면서 “우리 직원이 붙어서 관리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헬릭스미스, 업계 미치는 영향 제한적…LO 관련 요구는 자제해야

헬릭스미스가 엔젠시스와 관련해 임상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인 3개월 통증감소효과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마지막 남은 불확실성으로 헬릭스미스 임상 3상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 공개가 마지막 남은 불확실성 해소라고 시장은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신라젠이나 에이치엘비의 임상결과 공개 때와는 달리 섹터 내 다른 종목들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임상결과에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충분히 빠진 상황에서 헬릭스미스의 임상성공보다는 실패가 시장 컨센서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헬릭스미스 주가는 급락할 수 있으나 타 바이오기업의 주가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시각에서는 바이오 섹터에 있어 올해 남은 가장 큰 고비인 헬릭스미스 이벤트가 종료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도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신약개발 기업들에 대한 투자전략을 수정해야할 시기가 왔다고 평가했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하이 리스크는 신약개발 과정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면서 “하이 리스크 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가급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실패 가능성이 낮고 모멘텀을 갖춘 중소형주에 관심이 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헬릭스미스와 관련해 제약바이오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LO)를 요구하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이 LO 협상 시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LO를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 중 하나”라면서 “협상 포지션이 낮아지므로 오히려 손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