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반적으로 연말이면 주요 그룹의 인사가 단행된다. 다만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인사 패턴이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당분간 유연한 인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문 경영인 체제, 순혈주의 타파 등 다양하게 진행되던 실험이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 경영인 체제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실제로 올해는 각 그룹이 인사를 통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속도를 높릴 전망이다.

▲ 주요 그룹의 인사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한화그룹 인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 23일 한화그룹은 7개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됐다.(주)한화 기계부문, 한화정밀기계, 한화테크윈 등 3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직하던 김연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화시스템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고, 한화 기계부문에는 삼성전자 출신 옥경석 대표가 등판했다. 한화케미칼은 사업총괄역을 맡고 있던 이구영 부사장을, 한화정밀기계는 사업총괄역을 맡고 있는 이기남 전무를, 한화테크윈 대표이사에는 전무로 승진하는 안순홍 영업마케팅실장이 각각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외에도 류두형 대표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이기남 대표가 한화정밀기계, 안순홍 대표가 한화테크윈의 사령탑이 됐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성과가 검증된 전문 경영인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수시로 사장단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번에 50대 CEO를 대거 발탁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실력있고 젊은 인사들을 야전 사령관으로 임명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재계에서는 이후 진행될 다른 그룹의 인사 분위기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

원 포인트 인사 트렌드도 감지된다. LG가 대표적이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긴급 이사회를 통해 한상범 부회장이 용퇴하고 정호영 사장을 콘트롤 타워로 맞이했다. 한 부회장의 용퇴에 시선이 집중된다. 2010년 스마트폰 대응 실패로 퇴진한 LG전자 남웅 전 부회장 이후 LG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첫 CEO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원 포인트 인사까지 단행하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하려는 LG의 유연함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연말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인사의 변화다. 역시 다른 그룹의 인사 분위기도 이와 비슷할 전망이다.

나아가 순혈주의 타파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LG는 신학철 전 3M 해외사업 부문 부회장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올리는 등 이 분야에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 경험도 있다.

LG 전체로 보면, 올해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큰 폭의 세대교체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1978년 생 구광모 회장의 주도로 그룹의 판이 새롭게 짜일 수 있다는 뜻이다.

SK와 현대자동차는 아직 구체적인 인사 청사진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수시로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 때문에 연말, 특별한 인사이동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사장단 인사에서는 더 젊은 조직을 지향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편 삼성은 올해 연말인사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다. 대내외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가 아직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험'을 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인사이동을 최소화하며 안정을 추구한 상태다. 이 지점에서 올해에는 핵심 계열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적쇄신에 가까운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 부회장을 둘러싼 경영 리스크가 커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24일 삼성물산 및 국민연금, 한국투자증권 등 10곳을 대규모로 압수수색하며 압박의 강도를 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