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좌측)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사진 우측)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오는 2024년 자율주행차의 본격 양산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지난 23일 (미국 현지시간) 자율주행 분야 세계 톱티어 기업 앱티브(APTIV)에 2조40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을 통한 제품 공동개발에 나선다.

업계에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수의 완성차 업체와 유력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협업의 틀을 넘어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공동개발 방식을 택한 것은 정의선 부회장의 그린 미래차 비전 달성을 위한 ‘정공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차량 설계 및 제조, ADAS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S/W 분야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앱티브가 손 잡음으로써 기술 개발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전망이다.

다음은 23일 JV설립식에서 진행된 정의선 부회장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조인트벤처 투자 & 자율주행/전기차 전반]

Q. 전기차의 시대가 빠르게 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2020년 이후 계속 성장해 멀지않은 시기에 30% 정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앱티브 투자는 지분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로 이뤄졌다.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이유는?
A. 그렇게 해야 다른 자동차회사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

Q. 구글과 앱티브사의 기술력 및 차이점은?
A. 구글은 일찍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이미 많은 데이타를 모았을 것이다. 그런데 구글은 자율주행이 구글 생태계의 일부로 구글이 하는 사업의 일부다. 하지만 앱티브사는 자율주행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 부분이 서로 다르다.

Q. 자율주행의 시대가 언제쯤 오리라고 보는가?
A. 어떤 환경에서 운영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다. 고속도로 환경에서는 자율주행 시대가 빨리 올 것이고,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자율주행이라면 보수적으로 봐서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다. 지역별로도 다를 것이다.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릴 것이고, 팔로알토(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쯤 될 것이다.

Q. 미국에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은 어떠한가?
A.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도요타 미라이와 함께 우리도 수소차를 공급중이다. 연방정부에서 충전 인프라에 관심이 많다. 향후 자율주행차가 레벨 4, 5 수준으로 가면 전력 소모가 클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다.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의 좋은 플랫폼이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Q. 이번 조인트벤처의 목표가 무엇인가?
A. 앱티브사와 함께 하는 이유는 단지 기술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앱티브사 역시 안전과 효율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앱티브사와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가겠다. 좋은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자동차 회사로서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목표는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것이다. 이는 성능 뿐만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이 조인트벤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잘 만들어 나갈 것이다. 상호보완적인 면도 있다. 자동차 회사들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이다.

Q. 남양연구소에서 기존의 자율주행 개발은 계속되는가?
A. 기존 남양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레벨 0~3 자율주행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레벌 4~5 수준의 자율주행 연구 내용은 조인트벤처사와 지적재산권을 공유해 더욱 진보하도록 할 것이다. 남양연구소에서도 필요인력을 파견해 공동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Q. 자율주행 시대가 와서 차 안에서 모니터로 자유롭게 영상을 보면서 가게 되면 라디오 시장이 축소될 것 같다.
A. 모니터보다도 AR을 끼는게 더 편하고 리얼하게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차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기차나 비행기에서 승객들이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Q. 플라잉 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 플라잉 카(Flying Car)보다는 드라이빙 에어플래인(Driving Airplane)의 개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비행 자동차가 레벨 5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상용화가 먼저될 수도 있다. 일단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그 이후는 자율주행으로 운행될텐데, 하늘이 지상보다 장애물도 없고 자율주행에 더 적합한 면이 있다. 기업 시장과 개인 시장이 함께 상용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Q.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 기술에서 혁신이 나오면서 미래에는 전기차와 에너지 효율성 차이가 크게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A. 한순간에 확 바뀌진 않을 것이다. 전기차가 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곳은 인프라 같은 문제로 조금 천천히 갈 것이고, 노르웨이와 같이 정부의 푸시가 있는 곳은 거의 60% 가까이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판매 & 전반]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 성장시장이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이 될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 있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다.

Q. 현대차의 미래 성장 시장은 어디인가? 중국 시장에서의 상황은 어떠한가?
A. 중국시장은 물량 공급이 과다했다. 우리도 공장을 하나씩 줄였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다. 곧 정리되리라 생각한다.
신흥시장은 인도도 있지만 아프리카가 향후 커질 것으로 본다. 아직 시장은 작지만 인구도 많고 공유시장도 발전의 여지가 많다.

Q. 동남아 시장은 어떤가?
A. 동남아 시장은 일본 브랜드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시장에 잘 안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일 것이다. 일본 메이커만 있는 독특한 시장이지만,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Q.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현대차에 영향은 없는가?
A. 일부 화학 소재가 문제인데, 구매처를 다양화하고 안정화하고 있다. 양국 경제 관계는 정상적으로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