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홍콩의 자유'를 외치는 홍콩 시위가 점입가경이다. 홍콩 당국은 지난 4일 논란이 되던 송환법 철회를 선언했으나 시위대는 아예 '홍콩의 자유'를 외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이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작동하거나 자기의 뜻을 알리는 창구로 운영되고 있다. 현실로 뛰어든 SNS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미완으로 끝난 아랍의 봄
2010년 12월, 튀니지 남동부 지방도시인 시디 부지드 거리에서 한 청년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청년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노점상을 했으나, 경찰의 단속에 삶의 기반을 빼앗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청년의 죽음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정부는 사건을 부랴부랴 덮었고 수사 당국은 침묵했다.

트위터는 달랐다. 청년의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분노는 트위터를 통해 결집되어어 폭발했고, 여기에 끔찍한 경제불황에 대한 분노와 장기집권에 따른 피로감이 겹치며 불꽃은 화염이 되었다.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으며, 결국 벤 알리(Zine El-Abidine Ben Ali) 대통령은 2011년 1월 14일 쫒기든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고 말았다. 짧았던 아랍의 봄을 끌어낸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이다.

사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SNS는 각자의 취지에 맞게 서로를 연결해 그 객체를 오픈 생태계에 던지거나 폐쇄적 생태계로 가두고 있다. 초기에는 오픈 생태계의 트위터 존재감이 강렬했다. 실제로 아랍의 봄을 끌어냈던 트위터는 2010년대 초반 인상적인 성장을 이루며 각광을 받았고 이는 현실정치재편의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 생태계의 만민 민주주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피곤했기 때문에, 최근에는 점차 페이스북같은 폐쇄형 연결 생태계가 더욱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들은 세를 모으고 동지를 규합하고 있으며, 촛불집회 참석을 유도하고 설문조사를 한다. 연결의 힘이 가져온 파괴력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SNS로 시작된 아랍의 봄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2014년 홍콩 우산 시위도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저력을 발휘했으나 결론적으로 사그라들었다. 모든 시위의 핵심 동력이 SNS에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SNS가 현실 정치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심각한 의문부호가 달린 것은 사실이다.

얼티미터 그룹(Altimeter Group)의 에드 터프닝은 "소셜 미디어는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마케팅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고 단언한다.

결국 유연한 현실이 필요
SNS는 일종의 SOS다. 아랍에서, 홍콩에서 많은 이들은 자기들이 처한 고립된 상황을 알리기 위해 SNS를 했고 SOS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했다. 현재 송환법 정국의 홍콩도 사실 SNS가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를 핵심 동력으로 끌고가기는 어렵다.

오히려 SNS는 양방향의 의미를 상실하고 단방향 선언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모두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만 바라보고 있으며 그 선언을 읽어내기에 바쁘다. 고립된 상황에서 현실을 바꾸려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SNS는 약자의 플랫폼이 아닌 셈이다.

다만 한국의 촛불집회 당시 작동했던 SNS의 사례를 보듯, 특정 사회가 다양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SNS의 SOS 기능 상실은 특수한 현실의 유연함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곧 제한적인 기능의 작동을 전제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최초의 불꽃 정도는 SNS가 SOS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다음으로는 고려해야 할 현안들이 너무 많아진다. SNS가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낭만은 접어두는 편이 좋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