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항암치료 효과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구강 및 위장관 점막 손상만 보호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는 20일 의과대학 중개의학분자영상연구소 조석구·임건일 교수팀이 항암·방사선 치료 중 발생하는 점막염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 신약 ‘LC28-0126(NecroX-7)’의 전임상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LC28-0126(NecroX-7)는 벤젠고리와 피롤고리가 붙은 인돌(indole)기반의 저분자 합성화합물이다. 이는 점막염의 원인이 되는 손상 연관 분자 패턴인 위험신호단백(HMGB1, high mobility group box 1)과 그들의 수용체 활성화 경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신약이다.

연구진은 항암제인 5-플루오로우라실(5-FU)에 의한 점막염 종양동물모델에서 LC28-0126을 예방적으로 투여하자 항암치료 효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구강과 위장관 점막의 손상만을 보호하는 특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LC28-0126은 또 항암제인 5-플루오로우라실 이외에 방사선치료에 의한 점막염에서도 기존 약물대비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점막염은 조혈모세포이식, 대장암, 두경부암, 비소세포성폐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항암 혹은 방사선 치료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세포치사에 따라 구강 또는 소화관을 덮고 있는 점막내층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궤양에 이르거나 패혈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점막염의 높은 발병빈도와 심각성에도 효과적으로 이를 예방하는 방법이 없다. 임상에서는 소독제 사용으로 손상된 점막의 이차 감염을 막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 통증을 완화하면서 점막이 재생되기를 기다리는 대증요법만을 시행하는 실정이다.

조석구 교수는 “LC28-0126는 항암치료에 따른 구강과 위장관 점막의 정상세포의 손상을 차단하지만 종양세포의 살상효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독특한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다”면서 “강력한 전임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임상시험에도 성공한다면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약물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항암치료에 따른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나 산화스트레스에 의해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에는 핵 내에서 전사인자로서 작용을 하던 HMGB1이 세포질 밖으로 방출돼 연쇄적이고 폭발적인 염증반응을 유도한다.

연구진 관계자는 “LC28-0126은 HMGB1의 활성을 억제해 세포 밖으로 방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효과는 항암치료로 발생되는 구강점막 및 위장관의 염증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선도형특성화연구사업(R&D)에서 연구비를 지원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대학병원과 제약사(LG생명과학), 정부 등 삼자 협력연구를 통한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기법에 의해 발굴됐다.

연구진 관계자는 “정부 연구개발(R&D) 특허연계 컨설팅 지원 사업을 통해 핵심기술에 대한 국내외 주요 4개국인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서 특허를 확보했다”면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가치 평가사업에 선정돼 기술가치 평가를 받아 기술사업화 타당성을 인정받았으므로 상용화 전망도 밝은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네이처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점막 면역(Mucosal Immunology)’ 2019년 9월호에 ‘Regulation of HMGB1 release protects chemoradiotherapy-associated mucositi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