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지난 7월에 이어 0.25%포인트 또 인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더 인하하지 않았다고 연준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론을 강조해 주목된다.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0.1%포인트 높인 2.2%로 전망치를 상향해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준, 기준금리 2.00~2.25%에서 1.75~2.00%로 0.25%P 인하

연준은 17일부터 18일(현지시간)까지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하는 2차례 연속된 조치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 금리’를 만들었다. 2015년 12월 7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긴축기조로 돌아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지난 7월 10년 7개월만에 기준금리를 2.00~2.25% 수준으로 0.25%포인트 내렸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가계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지만 기업 투자와 수출이 약화됐다”면서 “지난 12개월 동안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식료품,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또 “미미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 등 글로벌 경제 전개에 따른 의미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불확실한 이슈”라면서 “유럽과 중국 경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발표되는 미국 경제 지표를 세세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이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지만 통화정책이 완전히 ‘완화’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연준 위원 사이에서도 이에 대해선 다양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 출처=연방준비제도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난 7월 FOMC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금리 동결을 주장하면서 인하에 반대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모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서 5명의 위원은 올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7명은 올해 한 차례인하, 5명은 한차례 인상을 예상했다.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은 지난 6월 2.4%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연준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가 불확실성 요소라고 지목했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앞선 2.1%에서 2.2%로 올렸다. 불확실성 요인에도 미국 경제가 성장 중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말까지만 해도 시장은 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기대했다. 미국의 8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0.4% 증가하는 등 경제 지표가 예상외로 호조를 나타내고 8월 근원 CPI가 전년 대비 2.4%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약화됐다. 미국 경제를 압박하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미중 무역전쟁도 두 국가가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하고 일부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순풍이 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연준 맹비난…파월 “마이너스 금리 사용 안 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연준과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에 거리를 두는 등 통화완화 정책에 거리를 둔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연준은 금리를 제로(0)나 그보다 더 낮춰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 미국의 부채(국채)를 차환해야 한다”고 연준을 강하게 압박했다. 연준의 결정이 발표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과 연준은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라고 간하게 비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만약 경제가 하강하면 더욱 더 폭넓은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연준은 경기 하강을 보고 있다거나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이 ‘조건부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당분간은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서 “금융위기 당시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