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 급등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국에서도 발생해 정부가 긴급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한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위생시험소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양돈농장에서 어미돼지 5두가 폐사했다는 신고에 따라 폐사축에 대한 시료를 채취했다. 같은날 오전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검사 결과 ASF 양성이 확정됐다.

농식품부는 검역본부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파견해 발생원인을 파악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인근농장 전파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면서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 있는 양돈농장은 별도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SF 발생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장은 긴급 방역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초동방역팀을 투입해 신고 농장의 농장주, 가축, 차량, 외부인 등의 출입을 통제했다.

거점소독시설 16곳과 통제초소 15곳도 운영돼 축산차량에 대한 소독조치도 강화됐다. 발생농장 및 농장주 소유 2개 농장 3950두에 대한 살처분 조치도 실시됐다.

농식품부는 ASF 양성 확진 판정 즉시 ASF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이 발효 중이다.

농식품부는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 반출을 일주인 동안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실시하고 전국 양돈농가 6300호의 의심증상 발현여부 등 예찰도 즉시 실시할 예정이다.

ASF 주요 전파요인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남은 음식물의 양돈농가 반입이 전면 금지된다. 농식품부는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접경지역 14개 시군의 야생 멧돼지 개체수 조절도 실시할 계획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ASF 조기 종식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축산 농가에도 방역 조치가 현장에서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면서 “ASF는 인수공용전염병이 아니며 시중에 유통되지 않으므로 국민들은 안심하고 국산 돼지고기를 소비해도 된다”고 밝혔다.

ASF는 돼지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감염된 돼지나 돼지 생산물의 이동, 감염된 야생 멧돼지 등을 통해 농가로 유입·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정보포털에 따르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은 ASF에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만 감염된다.

ASF가 발생하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생 사실을 즉시 보고해야 하며 돼지와 관련된 국제교역도 즉시 중단되게 된다. 한국은 ASF를 가축전염병예방법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ASF가 발생한 농장의 주인과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해외 여행 이력이 없다. 발생 농장은 북한과 약 10km 이내 지역으로 최근 태풍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는 등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야생 멧돼지가 떠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생산량이 감소돼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 8월 30일 기준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1kg당 36위안까지 급등했다. 이는 13년만에 최고치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75.9%, 지난달 말 대비 30.7% 상승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돼지고기 생산 감소 및 글로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영향은 한국에서 연말 또는 2020년부터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진비앤지 이글벳 제일바이오 등의 한국 바이오텍이 ASF 백신을 초기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비상장사 제이비바이오텍과 공동 연구개발(R&D) 중인 씨티씨바이오는 이르면 10월 초 ASF 백신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서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씨티씨바이오와 제이비바이오텍은 한국과 해외의 대학 연구팀과 ASF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항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제이비바이오텍이 발견한 항체가 ASF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10월 초 정도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