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차원(次元), 162.2×130.3㎝(each) Mixed Media on canvas, 2006

그렇게 오래도록 작가의 화면에 등장한 꽃이지만, 그 꽃의 모습은 언제나 새롭고 다르다. 비상한 일상이라고나 할까. 꽃의 종류만으로도 적지 않은 집합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그런 유형적 사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꽃에 대한 심층적 경험과 영감들이 가능하게 하는 표현의 진폭이라 하는 것이 좋겠다.

작가의 그림에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공존하는 질서를 읽을 수 있다. 그 질서는 순환적 혹은 변증적이기도 하다. 얼핏 꽃의 있음과 없음이 확연하다. 대상의 이미지는 그려졌다기보다 조각된 것으로 보이는 두터운 육질의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그렇다고 대상과 배경 혹은 전경과 후경 간의 이원론적 구별을 낙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거기서는 꽃도 꽃이지만, 배경 이면에 더 치열한 표현의 흔적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즉 그의 배경은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있음’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 27×27㎝, 2006

작가(CHANG CHI WON,Korean painter Chang Chi-Won,ARTIST CHANG CHI WON,CHANG JI WON,서양화가 장지원,장지원 작가,장지원 화백,張志瑗)의 배경은 단순한 허공이 아니라 잠재적 ‘있음’이며, 감추어진 ‘있음’이다.

실제로 그림의 배경들은 무언가 표현의 앙금들이 퇴적되고 산재해 있는 가운데 어디선가 또 다른 실재가 솟아날 것 같은 미종결의 무한적 시간성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내용들은 화면이 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넓혀진다.

△글=이재언(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