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는 잠재적 CEO 후보자들이 미래의 전략적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경험과 자질이 필요한 지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여야 한다.    출처= Chief Executive Magazi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자의로 그만두든, 은퇴하든, 해고당하든, 죽든, 모든 CEO들은 결국 떠난다.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그들을 대신해야 할까?

현실은 상장 기업의 20%와 비상장 기업의 32%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이사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of Corporate Directors, NACD)에 따르면 이들 회사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장기적인 승계 계획에 대해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

이 중 상당 수 기업은 CEO가 갑자기 떠날 경우 임시로 CEO를 맡아야 할 사람도 정해 놓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후계 구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해서 이사회가 떠나는 CEO를 교체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기업 승계와 이사회의 효율성에 대해 자문하는 회사인 내들러 어드바이서리 서비스(Nadler Advisory Services)의 설립자인 마크 내들러는 "이런 대화를 들어보면 그런 회사들은 승계에 대해 거의 무의미할 정도로 형식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내들러는, 잠재적 후계자를 선정하고 개발하는 것은 이사회와 CEO들에게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종종 감정적으로 처리되는데, 그런 경우 그 과정에서 핵심 인재를 잃을 위험이 있다.

내부자인가 외부자인가

이사회는 잠재적 CEO 후보자들이 미래의 전략적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경험과 자질이 필요한 지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여야 한다.

만일 내부에서 후보자를 고르려 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가장 잘 발전시킬 수 있는지, 예를 들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성장 과제가 무엇인지, 그들에게 코치가 필요한지, 아니면 특별한 임원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시켜야 할 것인지 등등을 파악해야 한다.

대개 이사회에서는 회사 밖에서 더 나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회사 사정에 밝은 내부 후보가 더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갈린다.

내들러는 "그것이 오래 동안 반복해온 해묵은 갈등”이라며 “전자의 사람들은 ‘친숙하면 얕보게 된다’(Familiarity breeds contempt, 로마의 작가 푸블릴리우스 시루스가, 예수가 한때 고향 나사렛에서 인정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때 인용한 문구)라고 말하고, 후자의 사람들은 ‘모르는 악마보다는 아는 악마가 낫다’(Better the devil you know than the one you don't.)고 말한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설령 이사회가 후계자를 찾기 위해 계속 회사 외부를 살핀다 하더라도 그런 행동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능 있는 내부 임원들, 즉 자신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자부하는 임원들은 이사회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느끼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에 따르면 2017년에 새로 CEO를 지명한 S&P 500 기업의 44%는 외부에서 CEO를 찾았다.

▲ 미국기업이사협회(NACD)에 따르면 많은 회사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장기적인 승계 계획에 대해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    출처= Get on Board

현직 CEO의 불편한 난제

내들러에 따르면, 과거에는 CEO가 후임자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오늘날 기업의 후계 계획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감시가 증폭되면서 그런 시대는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CEO들은 이사회가 후보를 선정하고 그를 훈련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현직 CEO들이 그들의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 의해 강제로 물러나라고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앤 멀케이 전 제록스(Xerox)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현직 CEO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CEO 자리는 큰 충격을 주지 않고 떠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자연스레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권력과 책임감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라고 썼다.

더구나 이사회가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CEO의 교체를 추진하는 경우, 현직 CEO의 성과에 대한 평결처럼 이해될 수 있다. 현직 CEO들은 "이사회에서 나와 똑같은 사람을 뽑으면 내가 잘했다는 뜻이고, 나와 다른 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뽑으면 나를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인 걸까”라고 생각한다고 내들러는 말한다.

또, 임기 초반에는 현 CEO들이 떠날 계획을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는 굳이 승계 계획을 서두르지 않는다. 또 그의 임기 동안 그와 친해진 이사회 위원들은 현 CEO를 몰아내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

승계 계획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

기업지배구조와 보상을 컨설팅하는 회사인 페어리언트 어드바이저(Farient Advisors)는 승계 과정에서 현직 CEO로부터 도움을 받고 회사의 인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CEO의 보너스를 내부 후보자 양성과 연계하고 후계 경쟁에서 탈락한 고위 임원들에게 이른 바 잔류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NACD는 승계 계획을 별개의 과정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이사회의 장기 전략토론의 일부로 통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사회 위원들은 평소 내부 후보들과 CEO를 돕는 간부팀 전체를 알아 두어야 합니다. 이사회실에서 나와 현재 회사를 이끄는 주역들이 누군인지를 직접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