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올해도 9월로 접어들며 초가을이 시작된 가운데, 재계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밖으로는 한일 경제전쟁의 치열한 화력전이 벌어지고 안에서는 국내 경제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각 기업의 명운을 건 한 판 승부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눈길을 끈다. 출처= 각 사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승자의 저주?"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열린 가운데, 비록 흥행에 있어 실패로 끝났으나 '색동날개'를 품으려는 각 기업들의 각오는 눈길을 끈다.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사모펀드 등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제주항공을 거느리고 있는 애경그룹은 에어부산 및 에어서울까지 인수한 기세를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까지 품는다는 전략이다. 다만 자산규모 5조원에 불과한 애경그룹이 갚아야 할 차입부채가 5조9146억원이나 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을지 업계는 다소 회의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다크호스다. LNG발전사업 진출을 통해 강인한 저력을 보여준 정몽규 회장이 선배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손잡고 입찰에 뛰어든 가운데 면세와 레저사업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에서 현대자동차를 경영했으나 소위 형제의 난으로 밀려나 계열 분리, 지금의 HDC현대산업개발을 20년간 키워온 뚝심의 경영인이다. 그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출사표에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건설에서만 활동한 그가 항공사업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온다.

사모펀드에서는 KCGI가 눈길을 끈다. KCGI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지난 2018년 만든 행동주의 사모펀드며 대한항공 논란을 거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은 단독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으나 다른 컨소시엄과 연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SK나 한화 등 대기업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둘러싼 열기는 이미 한 풀 꺾였다고 본다.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귀추가 주목된다.

▲ 배터리 전쟁이 치열하다. 출처=SK이노베이션

#멱살잡은 SK와 LG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투라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전쟁은 사실상 진흙탕 싸움에 가깝다.

지난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소속 80여 명의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논란이 시작된 가운데 두 회사는 기술 유출과 관련된 여론전, 소송전을 불사하며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향해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손해배상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도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업계는 물론 정부도 두 회사의 충돌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나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진 상황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추석 이후 전격 회동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현 상황에서는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만나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독일서 벌어진 신경전
유럽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신경전이 한창이다. 7일 IFA 2019가 열린 가운데 LG전자는 자사 8K TV를 전시하며 삼성전자의 TV가 선명도 측면에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전시장에 나노셀 8K TV와 8K Other 8K TV 2개의 제품을 나란히 배치하며 후자에 삼성전자 제품을 위치시켰다. 사실상 전면전이다.

삼성전자는 불편한 기색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LG전자의 행동에 "불쾌하다"면서 "어느 곳에서든 1등을 따라 하려하고 헐뜯는 것은 기본"이라고 받아쳤다. 두 회사는 WRGB 논란 이후 최근까지 TV 시장에서 서로를 향한 비판에 나선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단 살아야겠다...KT, 효성
KT는 5G 정국에서 SK텔레콤 및 LG유플러스와 경쟁하면서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채용 청탁 논란에 휘말려 있다. 김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KT도 지금의 KT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추후 논란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사태의 휘발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효성그룹도 뒤숭숭하다.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배임 혐의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고, 법정구속도 하지 않았으나 논란은 여전히 일파만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