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개점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인 방문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일본 측의 도발성 수출규제 조치로 시작된 한일 외교의 경색 국면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사드 보복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규제가 서서히 풀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강원도는 중국 제약업체 임직원들의 단체관광을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고 연내 최대 1만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관광업계는 일본과의 경색이 의외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한 긴장은 점점 중국의 빗장이 열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19일 아시아나 항공은 한한령이 적용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인 600여명의 중국 기업 단체관광을 유치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23일 중국의 화장품 업체인 한야(韓雅) 임직원 인센티브 관광객 600여명은 관광버스 25대를 타고 서울시내 주요 관광지를 관광했고, 서울 신라면세점에서 면세 쇼핑을 했다. 
     
여기에 이어 지난 5일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와 강원도는 중국 최대 규모의 제약회사인 수정제약그룹(修正药业集团股份有限公司, 이하 수정제약) 임직원 3400명의 단체 방문 일정을 유치했다. 총 임직원 약 10만명인 수정제약은 약 170억 위안(약 2조8541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중국의 대형 제약회사다. 관광공사 측은 “중국 현지의 여러 기업체들을 찾아가 단체관광 지원을 꾸준히 알려왔고, 지난 7월 중국 수정제약을 인센티브 단체관광 업체로 유치하는데 성과를 이뤄냈다”라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지난 6월 28일에는 중국의 400여개 기업의 회장, CEO 등 고위급 임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국내 기업들과 함께 무역·투자상담을 하는 등으로 교류한 ‘2019 실크로드 국제합작 서울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한국 관광제한을 철회하지는 않았고 한한령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이 무역분쟁으로 맞서면서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못한 미국의 우방국 일본과도 관계가 틀어지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시선도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변화는 단체가 아닌 일반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추이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입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인 누적 방문객은 332만1618명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있었던 2017년 같은 기간의 253만4178명, 2018년의 258만935명과 확연한 차이가 나타나는 수치다. 2015년과 2016년 같은 기간의 중국인 방문객 수가 325만6682명, 473만427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방문객 수로는 이미 사드 국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인센티브 방한 관광객은 8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약 205% 증가한 5만9883명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들도 나오면서 점점 바뀌고 있는 한-중 외교 분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정익수 미팅인센티브팀장은 “수정제약그룹의 방문 이후 다른 중국 기업들의 방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중국 현지의 많은 기업들에게 알려 인센티브 관광객 10만명 달성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과의 관계 경색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변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가 점점 변하고 있고 이는 분명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이념 논리보다는 실리를 추구함으로 궁극적으로는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모두 개선해 내는 것이 장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