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서 자녀와 부모가 동반하는 게임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황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 정면 모니터에 경기장 트랙이 펼쳐진다. 선수로 출전한 학생의 몸이 이내 앞으로 기울면서 전력 질주가 시작된다. 전력 질주를 시작한 학생은 잠시 후 몸을 높게 날아오르며 멀리뛰기를 시도한다.

# 아들과 함께 태블릿으로 ‘모두의마블’을 즐긴다. 게임을 잘하는 아들 덕분에 토너먼트 상대를 이겼다. 계속된 승리에 아들과 함께 모두의마블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게임이 끝난 후 아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펼쳐지고 있다.

# 아이가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착용했다. 아이 눈 앞에 새로운 가상현실 공간이 펼쳐졌다. 모니터로만 보던 광경이 바로 눈 앞에서 잡힐 것만 같다. 아이는 여기저기 공간을 허우적거리며 만져보고 있다.

# “제한 시간은 40분 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과제를 수행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이 순간만은 아이들이 장애를 잊고 몰입하는 순간이다. 모니터에 엑셀, 아래한글을 펼친 아이들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진다.

앞서 열거한 사례는 단편적으로 본다면 공간적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두 같은 공간에서 진행된 것이다. 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ICT에 비교적 소외된 전국 장애학생들을 위한 국내 최대 규모의 행사가 1박 2일간 펼쳐졌다.

현장에는 모두의마블, 마구마구, 펜타스톰, 스타크래프트, 클래시 로얄, 하스스톤 등 아이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한 자리에 마련됐다. 주로 수도권에서 진행돼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던 e스포츠 경기를 직접 선수가 돼 경쟁을 펼치며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행사장 곳곳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꽃이 피었다.

▲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서 체험형 게임에서 학생이 멀리뛰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황대영 기자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ITQ(정보기술자격시험)에 치러지는 소재를 놓고 참가한 아이들과 겨루는 정보화 경진대회도 치러졌다. 엑셀, 아래한글부터 ICT 산업의 핵심인 코딩까지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알고리즘을 그리고 있다. 제한 시간에 과제물을 제출하지 못해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ICT에 비교적 소외된 아이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은 장애를 가진 학생과 부모가 함께 동반할 수 있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아이에게 부모와 함께 게임 및 ICT를 체험하고 즐기며 뜻 깊은 시간으로 세길 수 있다. 또 학부모에게 장애 아이들이 게임에 너무 몰두한다는 우려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 행사에 참가한 학부모는 아이가 단절되기 쉬운 사회성을 키울 수 있어 장점으로 추켜 세웠다.

사회적으로 장애학생들에 대한 인권, 편의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비용 마련부터 편의시설까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은 보다 넓은 광장에서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고 직접 e스포츠까지 체험하며 자칫 음지로 빠지기 쉬운 아이들을 양지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VR, 로봇 등 부모와 함께 즐기기 어려운 새로운 ICT 기기들도 전시,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 전시된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학생. 출처=황대영 기자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천진함이 묻어났다.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순간이다. 게임 속에 푹 빠진 모습과 친구들과 협동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 VR/로봇 등 새로운 ICT 기기에 놀라워하는 모습 등 장애를 잊고 단지 순수한 아이의 모습만을 보여줬다.

현장에서 만난 광주 선창초등학교 곽태훈 군 아버지인 곽광일 씨는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 처음 참가하는 데 준비가 잘된 부분에서 놀라웠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참가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곽태훈 군 부자는 이날 모두의마블 종목에서 동반 참여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은 민관이 합심으로 주도하는 행사다. 이 행사는 넷마블문화재단과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주최하고,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넷마블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이 행사를 공동주최하고 있다.

서장원 넷마블문화재단 대표는 “장애학생의 건강한 여가문화 확립 및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시작된 행사가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장애학생 최고의 축제로 성장해 왔다”며 “올해 그리고 향후에도 신체적, 사회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의미 있는 행사로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