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대형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대한 흥행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인수전 자체가 큰 흥행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플레이어들이 속속 등장하며 분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대기업이 등장해 깜짝 매각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오후 예비입찰이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강세를 띄고 있다. 오전 9시 47분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전 거래일보다 6.56% 오른 6010원에 거래되고 있다. 52주 최저가인 3250원과 비교할 경우 3배 가까이 뛴 금액이다. 그룹사인 에어부산과 아시아나 IDT 등도 전 거래일과 비교할 경우 각각 3.66%, 3.69%오른 7360원과 2만110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시아나 그룹사들의 주가 상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흥행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고 밝히면서 지지부진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 출처=아시아나항공

당초 제2의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만큼 상당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드는 기업이 나오지 않고 뜨뜻미지근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유찰이나 분리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아울러 인수의사를 밝힌 애경과 KCGI가 실제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물을 인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유력 인수후보로 꼽혀온 애경그룹의 경우 알짜 계열사인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의 2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KCGI 또한 투자금 회수와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입지 강화 등 전략적 이유로 참여한 것일 뿐 실제 매각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대기업들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5년부터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항공사 인수에 따른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미래에셋대우 사례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던 국내 주요 그룹이 인수전 막판에 뛰어들어 아시아나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앞 다퉈 쏟아지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마감 직전에 인수의향서 접수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대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이 경우 그간 꾸준히 거론돼온 GS그룹과 SK그룹의 참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항공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아나가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데는 시장의 이견이 없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진입문턱이 높은 항공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0년간 쌓아온 노하우도 짧은 시간 안에 구축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도 함께 인수할 수 있어 계열사별도 매각 등을 고려한다면 나쁜 조건은 아니다. 

GS그룹의 경우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유력 후보자로 꼽힌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이유가 크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GS칼텍스가 안정적인 정유 수요처 확보 차원에서 항공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 것.

특히 SK에너지에 이어 만년 정유 2위를 기록하던 GS칼텍스는 지난 2분기 영업익 1334억원으로 현대오일뱅크에 밀려 업계 3위로 밀려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항공유 구입비는 2조원수준으로 추산된다. 만약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는다면 그만큼 고정 매출을 확보하고,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자금여력도 충분하다. GS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17조7444억원, 영업이익은 2조2098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305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6월 말 기준 GS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2231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예상 금액에 비추어 볼 때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GS그룹 움직임에 따라 SK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그간 항공유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던 SK그룹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SK네트웍스가 워커힐 호텔을 운영중이어서 시너지 효과는 충분하다. 중도하차한 면세점을 재개의 가능성까지 내다볼 수 있다. 

이 밖에 한화도 꾸준히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는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레이더 등을 만드는 한화시스템을 계열사로 뒀다.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항공업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뛰어나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한화케미칼과 그룹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한화큐셀이 인수합병의 결과라는 점도 유력 인수 후보설에 힘을 싣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는 ‘승자의 저주’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항공업계 업황과 대외 환경 모두 우호적인 부분이 없는 만큼 인수 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부담이 반영됐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경우처럼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손을 잡고 막판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인수협상 대상 후보군(쇼트리스트)을 추리는 예비입찰을 거친 후 오는 10월쯤 본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