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인의 우유 소비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주요 유가공업 3사가 이루고 있는 시장의 규모는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3사 실적을 늘린 요인으로 우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하위(서브) 브랜드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3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2017년 26.6㎏로 4.2㎏ 감소했다. 작년 연간 0.98명 수준으로 쪼그라든 출산율을 비롯해 우유 영양분을 대신할 대체음료가 많이 출시된 점이 우유 소비를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우유 소비 추세가 위축됐지만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3사의 실적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3사 매출액의 총합은 2조 421억원으로 전년동기(1조 9838억원) 대비 2.9% 늘었다. 서울우유 8399억원, 매일유업 68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 7.3%씩 증가했다. 남양유업이 올해 상반기 515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5233억원에 비해 1.6% 감소했음에도 전체 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시장 규모가 증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프리미엄 유제품을 앞세운 사업 다각화가 성과를 거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각 사는 우유 및 가공유 제품을 원재료로 첨가한 커피, 아이스크림 등 제품을 출시해 고객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원료 공급에 따른 매출을 이끌어내고 있다.

업체별 주요 브랜드로 서울우유 ‘밀크홀 1937’, 매일유업 ‘폴 바셋(Paul Bassett)’, 남양유업 ‘백미당’ 등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올해 8월 30일 롯데복합몰 수지점에서 연 밀크홀 1937 6호점. 출처= 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는 8월 30일 롯데복합몰 수지점에 유제품 전문 디저트카페 ‘밀크홀 1937’의 6호점을 설립했다. 2017년 7월 롯데마트 서초점에 1호점을 연 뒤 2년 1개월 만이다. 밀크홀 1937에서는 서울우유에서 생산한 원유를 활용해 만든 제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인기 메뉴인 밀크티 오리지널, 밀크티 말차를 비롯해 국내 목장에서 한정 생산한 저지(低脂) 원유를 담은 저지우유, 저지아이스크림도 앞세우고 있다. 단백질과 유지방 각각의 함량을 높여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고 진한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우유는 올해 밀크홀1937 매장의 매출액이 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료 사업, 신용 사업 등 유가공업 외 분야에서 높은 매출 신장율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미미한 규모다. 하지만 일반 우유 제품을 의미하는 시유(市乳, market milk) 제품이 주류인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밀크홀 1937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서울우유는 밀크홀 1937을 내년 이후 직영 방식으로 오픈할 계획”이라며 “리코타 치즈 샐러드, 리코타 치즈 피자 등 고객이 선호할만한 메뉴를 개발하며 시장입지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 경기 용인시 소재 롯데몰 수지점에 입점한 롯데몰 123호점. 출처= 폴 바셋 온라인 사이트 캡처

매일유업 모회사 매일홀딩스가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폴 바셋에서는 다양한 기존 유제품을 활용한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카페라떼에 흰 우유 뿐 아니라 두유, 저지방 우유 등 매일유업 유제품을 재료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폴 바셋에서 판매하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의 원료로 쓰이는 믹스 재료도 공급하고 있다. 상하목장은 매일유업의 유기농 우유 브랜드다.

다양한 고객 선택지와 상품 품질 등으로 인정받음에 따라 폴 바셋 실적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폴 바셋 점포 수는 2014년 말 기준 37개에서 올해 9월 초 기준 100여개로 3배 가량 늘었다. 매일유업이 2013년 6월 폴 바셋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외식 서비스 업체 엠즈씨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폴 바셋 매출액은 작년 828억원으로 2013년(118억원) 이후 5년 만에 7배나 늘어났다.

▲ 백미당 주요 제품 우유소프트 아이스크림. 출처= 백미당 온라인 사이트 캡처

남양유업의 유제품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은 고객들의 기호 식품 가운데 하나인 아이스크림에 우유를 활용, 고객 입맛을 공략하고 우유 소비도 촉진시키고 있다. 남양유업은 무 농약, 무 항생제 등 방침으로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목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우유를 라떼류에 첨가하고 있다. 라떼류는 우유를 베이스로 제조되는 음료군이다.

품질을 높일 뿐 아니라 백화점, 호텔 등 주로 고급 감성을 갖춘 시설에 입점함으로써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9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1호점을 낸 뒤 5년 만인 올해 9월 초 기준 전국 83개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자주 찾는 제품군에 우유를 원재료로 활용해 신메뉴를 개발하는 업체 전략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특효약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업체 3사가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앞으로 소비층의 큰 비중을 차지할 젊은 세대들 사이에 우유가 많이 활용되는 서구식 식문화가 일상화된 점은 유가공업계에 호재”라며 “우유를 접목한 신메뉴 개발에 힘쓰고 유튜브 먹방 등 콘텐츠를 활용해 홍보하는 등 전략이 따른다면 업체 주 매출원인 원유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