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이르면 금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 조업중단 사태의 개선방안이 발표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사태인 ‘고로 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피해규모만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금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 조업중단 처분과 관련한 개선방안이 발표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종료된 민관협의체 최종회의에서 제철소 고로 안전밸브(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문제의 개선방안이 논의된 걸로 안다"면서 "환경부가 이달 초 종합적으로 대책 발표를 할 예정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종합대책에는 블리더를 통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장기적 방안, 블리더 개방 행위를 위법으로 볼 것인지 여부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진다. 

▲ 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 출처=포스코

현재 지자체로부터 고로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3곳이다. 

경상북도는 5월 말 블리더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해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6월 11일 청문요청 의견서를 경북도에 제출, 18일 첫 번째 청문을 가졌다. 당시 포스코는 고로 브리더 개방의 불가피성을 설명해 조업중단이라는 최악은 상황은 피했다. 

이어 충남도청도 고로의 안전밸브 ‘브리더’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혐의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10일 동안 조업을 정지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현대제철의 행정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여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환경부는 지난 6월 정부와 지자체, 철강업계, 전문가, 환경시민단체 등 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핵심 쟁점들에 대한 조사를 부랴부랴 진행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민관협의체 활동을 종료하고 최종 결과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 

민관협의체의 결론이 법적인 강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심위의 최종 결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사는 물론이고 철강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브리더 개방 이외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다. 고로의 압력이 높아지면 안전밸브를 열 수 밖에 없는데 대체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조업정지는 지나친 처사라는 설명이다. 

특히 업계는 고로 조업의 특성상 재가동에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철강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0일간 조업정지가 되는 경우, 약 120만톤의 제품 감산으로 인한 800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출처=현대제철

업계는 대기오염 방지 및 친환경 설비를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등 노력을 적극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 등 친환경 설비에 수천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며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친환경설비 구축에 1조700억원을 투자, 오는 2022년까지 기존 대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3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부생가스 발전설비 21기 중 노후된 6기를 2021년까지 폐쇄하고, 올 12월부터 3500억원을 투입해 최신 기술이 적용된 발전설비 건설에 돌입한다. 나머지 발전설비 15기와 소결로 3기 등에도 3300억원을 투자, 미세먼지 주요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는 선택적 촉매환원 설비 등을 추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선택적 촉매환원 설비 구축만으로도 기존 대비 약 65~85%에 이르는 질소산화물 저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 시 발생하는 비산먼지 줄이기에도 나선다. 3000억원을 투자해 밀폐식 구조물인 사일로 8기 등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슬래그 냉각장 신설, 환경집진기 증설 등에도 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약 3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포스코는 그룹의 기술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는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산하에‘미세먼지연구센터’를 설립, 미세먼지 저감기술 개발을 위한 역량 결집에 나섰다. 센터는 박사급 인력 10여명이 투입돼 초미세먼지 포집용 고효율  집진기술과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청정시스템 등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개발·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또한 당진제철소 소결공장 배가스 청정설비 투자에 나서는 등 환경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결공장은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90% 이상을 배출하는 곳이다. 

현대제철은 각 고로 소결공장에서 배출하는 배가스를 줄이기 위해 내년까지 총 3723억원을 투입, 1·2·3소결공장 청정설비 건설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2소결 청정설비의 경우 지난 6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으며, 3소결은 내년 7월 준공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소결로 배가스 처리장치(SGTS) 3기가 모두 완공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지난해 2만3292톤에서 2021년 1만톤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1소결 SGTS를 시작으로 6월 13일 2소결 SGTS가 정상 가동되면서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하루 배출량이 140∼160PPM에서 30∼40PPM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이 외에도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비산먼지 억제 시설과 탈질설비 구축 등 각 라인에서 환경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은 오는 2021년까지 3년간 총 3000억원을 추가 집중 투자해 작업환경 개선 및 배출물질 저감 등 다각적인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환경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 탐색하고 개발해 대기질 확대에 앞으로도 기여하겠다”며 “관련 정책이 합리적으로 개정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