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1일 각각 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양국간 무역 전쟁은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출처= Yaho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년 동안 이어져 온 미중 무역 전쟁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극적으로 확대됐다. 이제 세계는 이달 1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된 관세가 이 두 경제 강대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지, 아니면 상대를 더 괴롭히는 새로운 격전으로 확대될 지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1일 각각 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양국간 무역 전쟁은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양국의 교전 재개는 지난 8월 초 미국이 3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75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해 5% 내지 10%의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관세 조치는 전형적인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TV나 의류와 같은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다가오는 할리데이 시즌 쇼핑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킨다는 명분으로 그 중 약 절반은 12월 15일로 시행을 연기했다.

양국의 추가 관세는 세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와 몇몇 주요 경제국들에게서 이미 침체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 교역은 침체됐고, 오랫동안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었던 중국은 올 상반기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한때 무역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었던 미국 기업들은 이제 곧 30%에 달할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과 같은 다른 나라로 생산을 이전하는 등 중국에 대한 그들의 노출을 제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처음에 무역 전쟁을 시작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목표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의 여건을 개선하고, 양국간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게 하는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중국이 미국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훔쳐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중국의 이른 바 ‘굴복 거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더욱 징벌적인 방향으로 전환됐다. 두 나라를 경제적 적(敵)과 지정학적 경쟁자로 보는 시각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년 동안 서로 의존해 온 양국의 급속한 '디커플링'을 주창하고 있다.

▲ 중국 칭다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미국행 화물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96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   출처= China Daily 캡처

국제전략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중국 전문가는 스캇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여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도구로 관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도 현재의 상황은 요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 의미 없는 사상자만 나오는 꼴입니다. 수출이 감소되는 기업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선택권을 잃게 될 소비자들이 바로 그런 무의미한 사상자들이지요.”

전 세계의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양국이 조만간 휴전의 실마리를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시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우리는 중국과 여전히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시주석과 통화할 것인지 여부는 밝힐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부실경영 기업들이 관세를 경영 애로의 구실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글로벌 증시는 지난주 대부분 기간 동안 불안감 속에서 보냈다. “중국이 전화를 걸어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장은 다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그런 전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다시 커졌다.

다행히 지난 주 후반에 중국에서 한 가닥 긍정적인 소식이 나오자 시장이 다시 반짝 상승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의 "건전한 태도로 무역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한 마디 발언으로 월가와 아시아 주식들이 들썩거렸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Oanda)의 아시아태평양 시장담당 선임 애널리스트 제프리 할리는 중국 상무부의 발언에 “큰 의미기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난 주 내내 힘을 잃으며 희소식을 고대하던 증시는 그나마 중국의 그 정도의 언급이라도 없었다면 "출구를 향해 계속 흘러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완구제조업체 하스브로도 공급망을 베트남, 인도 등의 신흥 제조업 중심지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회사 중 하나다.    출처= Hasbro

과연 중국의 발언은 희소식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뜻일까? 현재로서는 미국과 중국이 9월에 또 한차례의 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어느 쪽도 정확히 언제 회담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양측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미국이 새로운 관세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 가오펑 대변인은 지난 주 기자들과 만나 “무역전쟁의 추가 확대를 막는 유일한 길은 5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취소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0월 1일 관세 인상뿐 아니라 기존에 부과한 모든 관세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ING그룹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아이리스 팡은 "시장이 최근 양국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너무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빨리 물러나는(중국의 바람처럼 관세를 모두 취소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9월 회담이 의미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는 "9월 회담을 한다 하더라도, 양측은 추가 회담을 위한 전제조건을 상대방에게 재확인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모두 이번엔 상대편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아무 진전이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