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과 중국이 1일(현지시간) 상대국을 향해 예고했던 추가관세 부과를 전격 단행했다. 실제로 미국은 1일부터 중국을 상대로 112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소비재 3243개 품목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경제학자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경영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 “우리는 중국에 시종(servant)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중국이 우리를 이용하도록 허용할 순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동일한 시각 750억달러어치에 해당되는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에 대해 최대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대두(大豆)를 포함해 소고기 등 육류와 화학제품 등이 포함됐다.

두 수퍼파워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지만, 추가 확전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도 연출되어 눈길을 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9월 실무회담을 두고 “협상은 여전히 진행된다"고 언급했다.

▲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펀치 주고 받았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G20을 계기로 휴전모드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아주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 무역전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7월 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상하이에 도착해 중국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현지 대표단과 협상을 시작했으나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자 정국은 출렁이기 시작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는 회담 결렬 직후 트위터를 통해 추가 관세부과를 예고하는 한편 중국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8월 5일 홍콩 역외시장 기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장중 전 거래일보다 급등하고 중국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환율도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현상을 보이자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도 나섰다. 8월 8일 자국 정부기관이 화웨이, 하이크비전을 비롯한 중국 5개 업체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조달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화웨이 및 5개 중국 기업의 명단을 올려 그 내용을 잠정고시했다. 비록 후속조치를 통해 화웨이를 직접 규제하는 방안에서는 한 발 물러났으나 계열사 46개를 추가로 지정하는 등 강한 압박을 이어갔다.

중국은 희토류 전략 무기화 카드를 빼들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8월 8일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전력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쓸 준비는 끝났다"면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사태가 악화되는 가운데 먼저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한 것은 미국이다. 당초 9월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관세를 매기기로 한 방침에 변화를 주며 일부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소비자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조치의 배경을 두고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과 관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부과 취소 가능성도 일축하면서 순수하게 자국 쇼핑객들의 편의를 위해 관세부과 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상황이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는 홍콩사태 해결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깜짝 만남을 제기한 것도 이 즈음이기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의 가열을 진정시키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8월 중순을 넘어가며 양측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5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아주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 무역전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8월 20일 비공개 오찬에서 “내년 미국 대선 전까지 무역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다소 진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중국이 8월 23일 미국에 대한 추가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며 사태는 다시 출렁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약 5078개 품목, 약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5%를 12월 15일부터 발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에 나서며 일정을 9월과 12월로 늦춘 지점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끈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없다”면서 자국기업과 중국기업의 거래를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화웨이와 자국기업의 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을 유예하면서도 화웨이 46개 기업을 새로운 규제명단에 넣은 장면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중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건은 미국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1일 3000억달러의 10% 관세를 15%로 올리고, 이미 25%를 부과하고 있는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기존 25%에서 30%로 올리는 방침을 즉각 확정했다.

롤러코스터...어떻게 될까?

1일부터 단행된 두 나라의 관세전쟁은 G20 후 미국이 먼저 시작해 중국이 8월 23일 맞불을 놨고, 이에 미국이 재보복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겉으로만 보면 사태해결의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이 G20 종료 후 불과 두 달만에 ‘협상결렬-추가보복 선언-맞대응-재차 맞대응’을 거치며 정신없는 난타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미국 기업을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했다.

다만 의의로 사태가 극적인 해결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정치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미국 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는 장면과도 무관하지 않다. CNBC에 따르면 최근 설문조사에서 자국의 경제상황이 좋다는 미국인은 8월 기준 응답자의 65%를 기록했으며, 이는 5월과 비교해 5%p 떨어졌다. 

미국의 중단기 국채금리는 요동치고 있으며, 주식시장은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상무부는 8월 29일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 총생산 성장률을 2.1%에서 2.0%로 하향조정했으며, 주요 대기업들은 연이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중 경제전쟁의 후폭풍이 미국을 몰아치는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 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든 현재의 교착상황을 타개할 속도전이 필요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내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JP모건은 2일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당장 미국의 애플부터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중국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G7 기간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관리들이 미국 무역 협상단에게 지난 밤 전화했다”면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고 말했으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국장이 즉각 트위터를 "내가 알기로는 실무레벨에서 미중이 상호 연락을 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협상 고위급 대표들이 최근 전화통화를 한 적은 없다"라며 "중국이 간절하게 무역협상 타결을 원한다고 말한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8월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양국이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라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여전히 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8월 29일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급의 협상이 오늘 잡혀 있다"며 "우리는 계속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다"며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을 던진 1일에도 중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렸으며, 결국 관세폭탄을 던지면서도 중국과 협의하고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쟁에서 백기를 들 수 없으나, 그렇다고 강공 모드로만 일관하기에는 내년 재선 정국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중국은 특유의 정치체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걱정은 당분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