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 OLED 패널 공장을 완공, 현지 제조 거점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LCD 시장의 패권이 완전히 중국에 넘어간 상태에서 OLED TV 1000만 시대를 열어 프리미엄 체질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래 프리미엄 TV 쟁탈전, 진영 내 주도권 경쟁, 속도전의 현실화, 중국의 반격, 보안 문제 등 극복해야 할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 한상범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D

OLED로 판도 바꾸고..노림수 적중할까?
현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인 LCD 패권은 중국의 차지다. 제품의 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바탕으로 한 제조사의 단가 후려치기,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으로 일궈낸 결과다. 최근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애플과의 계약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중국 BOE는 2018년 허페이 공장 B9에서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성공했고 2020년 양산을 목표로 B17라인도 건설하고 있다. 차이나스타도 올해부터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들어갔고 2020년에는 9만장 규모의 라인을 더 건설한다.

중국의 LCD 공세가 심해지는 가운데 시장 상황도 악화일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TV 판매량이 줄었고,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이 심해지며 LCD 가격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2분기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도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인프라 축소 현상이 감지된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8.5세대 LCD 생산라인 P8-2 가동 중단, P7 라인의 폐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답은 OLED에 있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판단이다. 2분기 실적발표와 동시에 3조원 규모의 OLED 투자를 발표한 이유다. 파주 P10 공장 내부의 10.5세대 OLED에 3조원을 투자해 OLED 대세화를 이끈다는 구상이며 LCD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바꾸는 한편 OLED로의 전환을 서둘러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 10.5세대 생산라인에서는 65인치 이상 초대형 OLED를 중심으로 2022년 상반기에 초기 투자한 월 3만장 규모의 양산을 시작하고, 월 1만5000장의 확장 투자분은 2023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꾸준히 공을 들이던 중국 제조 거점 로드맵도 완성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9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 차이나(LG Display High-Tech China)의 8.5세대(2,200mm x 2,500mm) OLED 패널 공장 준공식을 열었으며 준공식에는 장하성 주중대사 등 한국 정부 인사와 광둥성 및 광저우시 등 중국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회장, LG CNS 김영섭 사장, S&I 이동열 사장, LG화학 유지영 부사장 등 LG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고객 및 협력사 대표 등 약 400여 명이 참석했다.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광저우 OLED 공장이 가동함에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OLED TV 수요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적기에 더 큰 가치를 제공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대세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현지 금융권과 스킨십을 유지하며 얻어낸 결과기도 하다. 기밀유출 등의 이유로 정부의 허가가 지연되는 등 진통은 있었으나 LG디스플레이는 하이테크 차이나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70:30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사로 자본금은 2조6000억원이다.

OLED가 핵심이다.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은 축구장 10개 크기인 7만4000평방미터(약 2만 2000평) 대지 위에 지상 9층, 연면적 42만7000평방미터(약 12만9000평) 규모로 조성되었으며, 지난 2017년 7월 첫 삽을 뜬 이후 2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8월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LCD 패널공장과 모듈공장, 협력사 단지 및 부대시설 등을 합하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클러스터는 총 132만 평방미터에 이른다.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에서는 고해상도의 55, 65, 77인치 등 대형 OLED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월 6만장(유리원판 투입 기준) 생산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최대 생산량인 월 9만장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파주 OLED 물량과 더하면 연간 1000만대 이상 제품을 생산도 꿈이 아니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몽’ 킬러 콘텐츠는 파주에서만 생산하던 대형 OLED를 중국에서도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에 있다. 나아가 공장이 들어선 광저우는 이미 LG디스플레이의 8.5세대 LCD 패널공장이 가동중인 곳으로, 8.5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관세 및 인건비뿐만 아니라 물류비 절감 측면에서도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다.

LCD 정국에서 LG디스플레이는 개발 및 생산, 판매를 아우르는 논스톱 플랫폼을 구축해 높은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다. LCD에서 10년 걸리던 골든 수율을 불과 3년 만에 달성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성공 노하우를 광저우 OLED 공장에도 접목시켜 생산효율성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 5세대 OLED 공장 전경이 보인다. 출처=LGD

‘쉬운 싸움은 아닐 듯’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20년에는 550만대의 OLED TV 판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2021년 710만대, 2022년에는 10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LED TV의 생태계가 광폭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OLED 진영이 커지는 것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중심의 QLED가 사실상 독자 생태계라면, OLED는 말 그대로 방대한 우군을 두고있기 때문이다. 2013년 LG전자를 시작으로 중국의 스카이워스(Skyworth), 콩카(Konka), 창홍(Changhong), 하이센스(Hisense), 일본 소니(Sony), 도시바(Toshiba), 파나소닉(Panasonic), 유럽의 필립스(Philips), 그룬딕(Grundig), 뢰베(Loewe), 메츠(Metz), 베스텔(Vestel), 뱅앤올룹슨(B&O) 등 유수의 업체가 OLED TV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미국 최대 TV업체인 비지오가 합류해 OLED TV 진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OLED의 진영이 커지며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2013년 20만대에 불과했던 대형 OLED 패널 판매량은 2018년 290만대를 돌파했으며, 올해에는 3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 OLED 판매량 증가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대형 OLED 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LCD의 적자로 전체 영업적자는 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OLED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LCD 시장의 어려움을 피해 OLED로 체질전환을 이뤄가는 장면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리스크도 분명히 있다.

미래 TV의 주인공이 무조건 OLED라는 확언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OLED TV는 미래 프리미엄 TV의 유력한 후보군이지만, QLED TV에 이어 마이크로LED와 QD-OLED 진영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자랑하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밀고있는’ 미래 프리미엄 TV며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에도 집중하고 있다. QD-OLED는 발광 구조로 보면 OLED와 동일하며 무기물인 퀀텀닷을 활용하면 OLED의 고질적 약점인 번인 논란에서 자유롭고, 삼성은 이미 QLED TV를 통해 퀀텀닷 기술에도 익숙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QD-OLED 중심 전략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가장 유력한 카드로 본다. 이렇게 되면 OLED와의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불가피하다.

▲ 삼성 마이크로LED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OLED 생태계가 커지며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략도 탄력을 받고 있으나, 최근 일본의 소니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펼치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체질개선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나 ‘속도전’에서 밀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직은 LCD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빠르게 OLED로 체질을 개선해도 당장의 타격을 막을 수 없다. 그 간극에서 LG디스플레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다.

중국이 LCD 시장을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장악한 상태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비슷한 패턴이 발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중국의 OLED 패널 생산 능력은 한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만, BOE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 공격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 OLED 전체 시장의 성숙도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로드맵이 적절한 보폭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매출 비중을 옮기는 가운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LG디스플레이 내부 구성원 일부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에 건설되는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 차이나 본연의 리스크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중국 공장을 준비하며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2017년 7월 광저우 OLED 공장 설립을 전격 발표했으나 한국 정부는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승인을 미뤘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제조 기술은 정부 연구개발(R&D) 비가 투입된 국가 핵심기술이며 기술유출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산업부는 사전 검토를 위해 2차례의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 3차례의 관련 소위원회를 열어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과 기술보호 방안, 공장 설립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은 기술유출의 우려가 크다고 봤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2017년 12월 전격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어 중국 정부도 지난해 7월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으로부터 광저우 OLED 합작법인에 대한 경영자집중신고 비준서를 수령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중국 정부의 승인 결정을 환영하며, 8.5세대 OLED 공장 건설 및 양산 노하우를 총동원해 최대한 일정을 단축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 함으로써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두 나라 정부가 ‘승인’을 했음에도, 한국 정부의 우려인 기술유출 논란은 여전히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큰 이유 중 하나가 중국 정부의 미국 기업 지식재산권 침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우선 중국 시장의 매력을 어필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기술유출에 대한 논란에 주목하기보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있어 중국은 기회이자 위협요소며 중국 정부지원 하에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이는 성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위협적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의 TV 시장은 매력적”이라면서 “2011년 전세계 TV 매출의 22.8%를 차지하며, 북미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TV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2017년 25%으로 올라선 뒤 지속적으로 세계 TV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OLED TV도 마찬가지다. IHS에 따르면 중국 OLED TV 판매량은 올해 17만대에서 2020년에는 45만대로 고속성장기에 접어들어 2021년에는 7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중국에는 LG전자를 비롯해 소니,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창홍, 콩카, 필립스 등 고객사의 TV 공장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광저우는 선전의 콩카와 스카이워스, 중산의 창홍 등 광둥성 지역 내 LG디스플레이 고객사의 TV 공장과도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 이유로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주장이다.

장비 및 소재 국산화로 낙수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핵심 생산 장비 중 하나인 증착 장비의 경우 일본 등 해외 업체가 독식했으나,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와 오랜 연구개발 끝에 OLED 증착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저우 OLED 공장 장비 중 70% 이상이 국산장비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재도 60% 가량을 국내 생산업체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다.

가장 심각한 우려가 감지되는 보안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제품 설계, 공정기술의 개발은 한국에서 수행하고, 주재원 파견을 통해 현지 셋업(Set–up) 및 직접관리 하는 방식으로 기술 유출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경영지원그룹장 양재훈 부사장도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4년 진출한 8.5세대 LCD 패널 공장 운영을 통해 기술적 보안 노하우를 쌓았으며, 실제 양산 이후 단 한차례의 기술유출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OLED 기술은 LCD 대비 노하우(Know-how)성 기술이 많아 단순 카피가 어려운 만큼 기술유출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