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의 리콜 관련 페이지. 문구와 달리 일부 사안은 예약접수가 되지 않는다. 사진=폭스바겐 홈페이지 캡쳐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폭스바겐코리아가 진행중인 차량 변속기(메카트로닉스) 커버 리콜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폭스바겐측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올해 5월 등 총 세차례 리콜 시행 통보문을 보냈지만 서비스센터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리콜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29일 폭스바겐코리아와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에 따르면 메카트로닉스 커버 관련 리콜 예약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 해당 리콜은 변속기 커버(메카트로닉스 커버, 이하 하우징)의 제작 결함으로 인해 미세균열이 발생, 충분한 변속 압력을 내지 못하는 문제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다.

폭스바겐측은 리콜 통지문에서 “클러치 작동 불가로 인해 차량 주행이 불가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히는 등 제작 결함을 인정했다.

대상 차종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골프 1.4 TSI ▲골프 1.6 TDI ▲골프 A7 1.6 ▲제타 1.6 TDI ▲제타 6 FL 2.0 TDI  ▲폴로 1.6 TDI ▲폴로5 FL 1.4 TDI 등 8개 모델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통보된 물량을 더하면 대상 차량은 최대 9295대에 달하고, 지난 5월에만 1972대의 차량이 추가적으로 리콜 대상에 올랐다.

반면 폭스바겐측의 리콜 접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측은 “미션오일의 인증 지연으로 인해 수입이 연기되고 있다”라고 밝혔을 뿐이다. ‘인증 지연’의 사유에 대해서는 ‘환경부 유해물질 수입 인증’ 또는 ‘배기가스 인증’ 등 일치되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 리콜대상 메카트로닉스 커버(좌)와 정상 커버(우). 사진=자동차리콜센터

◆ 정말 오일 공급의 문제일까?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에 따르면 하우징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DSG오일(미션오일)을 탈거(배출)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점검 또는 메카트로닉스 교체 후 미션오일을 충전하는 작업이 필수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폭스바겐 본사와 각 센터의 해명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폭스바겐의 주장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순정 미션오일만이 수입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규격을 충족하는 미션오일이 상당수 있고, 해당 제품들은 국내에 정식 통관되어 도입, 판매되고 있다.

또한 기자가 접촉한 복수의 서비스센터에서는 대상 차량들의 미션오일을 판매중에 있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개별 구매가 가능했고, 수리용 오일의 재고 또한 확보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 리콜대상 점검 항목. 사진=자동차리콜센터

◆ 문제는 작업공간…작업 부하 크고, 처리인력 한계

이에 대규모 리콜 지연은 오일 수급 문제가 아닌 충분한 워크베이(작업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과 공임이다. 부품의 특성상 메카트로닉스 커버 이외에도 플러그, 브리더캡, 소켓 헤드 볼트 등 6개 항목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점검에만 최소 3시간이 소요된다. 이상이 발견될 경우 이를 교체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최대 9시간에 이른다.

배기가스 리콜의 경우 소프트웨어 변경만으로도 대처가 가능했던 데 반해 하우징 리콜은 작업자들의 부하가 크다. 반면 차량을 수리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는 35곳에 불과하다. 배출가스 조작차량 리콜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작업부하가 큰 리콜이 더해진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메카트로닉스를 점검하는 시간에만 최소 3시간이 소요되고, 문제점을 수정한다면 하루의 시간이 걸린다”며 “작업 전반을 완료하는 시간이 짧지 않고, 노동 강도도 높아 부하(負荷)작업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 소비자 안전, 어떻게 해결?

문제는 폭스바겐 측이 향후 리콜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세균열이 특정 부위에서 발생하면 충분한 변속 압력이 생성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차량의 전후진은 물론 주행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골프 오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올해 1월 예약접수를 통해 4월에 자동차 리콜을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아직도 리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후 오일이 없다는 이유로 향후 일정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리콜이라는 것은 결국 자동차 메이커가 차량을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며 “순정 미션오일보다 좋은 제품도 많지만 제조사는 이를 빌미로 리콜을 미루고 있고, 그 사이 소비자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의 책임있는 자세와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사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