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산 SNS의 자존심이자 역사인 싸이월드가 끝내 부활의 날개짓을 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심각한 자금난에 직원들이 연이어 퇴사, 조직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서 전제완 대표의 친인척으로만 명맥을 유지했으나 이 마저도 어려운 분위기다. 물론 추가 투자유치를 통해 일발역전의 기회도 남아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삼성으로부터 50억원(20억원은 전환사채)을 투자받으며 최근까지 기세를 올리던 싸이월드가 빠르게 무너지면, 그 부담은 전 대표는 물론 싸이월드의 주주들과 산업현장일반으로 파급될 수 밖에 없다.

▲ 싸이월드 3.0의 비전. 출처=싸이월드

무수한 의혹, 그리고 의혹
1999년 시작된 싸이월드는 당시 미니홈피가 큰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했으나 새로운 SNS의 등장, 모바일 시대 부적응, 나아가 경영상의 엇박자 등이 겹치며 결국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싸이월드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걸었던 프리챌의 전제완 전 대표가 아이러니하게도 싸이월드를 인수하며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이어 삼성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는 한편 2017년 뉴스 큐레이션 '큐'를 출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다소 과격한 온라인 바이럴 동영상을 제작해 유포하는 한편 공격적인 경영을 전개했으나 현재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 큐레이션 큐를 출시하며 언론사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으나 이 마저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직원들은 줄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전직 싸이월드 직원 A씨는 "임금체불만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면서 "국민연금과 4대보험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회사가 피소당했고, 답이 나오지 않으니 전 대표도 피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근무하던 시기에는 직원회식을 하고 법인카드로 돈을 내지 못해 직원이 개인카드로 결제한 적도 있다"면서 "해당 직원이 퇴사한 후 월급은 커녕 당시 사비로 지불한 회식비용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퇴사직원들은 민사소송을 벌여서라도 밀린 월급을 받겠다는 의지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싸이월드에는 최소한의 직원들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들도 대부분 전 대표와 친인척 관계이거나 '돈'으로 묶인 이들이 전부라는 증언이 나왔다. 현재 싸이월드는 공식적인 루트로는 연락을 취할 수 없으며, 공개된 대부분의 연락처는 모두 꺼져있다.

전 대표와 싸이월드를 둘러싼 논란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싸이월드 홍보 동영상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 광고했으나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고있다는 말도 나오며 싸이월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였으나 막상 당첨자에게 상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실무를 담당했던 전직 직원의 증언도 나왔다.

현재 전 대표 개인은 횡령 및 배임 혐의도 받고있다. 싸이월드와 별개로 데코앤이를 경영하며 35억원의 금액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다. 이 외에도 전 대표는 수시로 법원과 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싸이월드 3.0 가능할까?
싸이월드는 현재의 자금난을 인정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자금난이 존재하며 올해 초부터 마지막 개발을 위한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싸이월드 3.0을 통해 비상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 더 큰 가능성을 노린다는 복안도 밝혔다.

지난 7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암호화폐 및 증시 상장 등의 로드맵을 공개한 이유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암호화폐다. 싸이월드는 “차별화된 서비스 도입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보상형 SNS, 싸이월드 3.0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클링(Clink)이라는 싸이월드 3.0 암호화폐를 발행하며 순항했으나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앞서 단기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이에 본격적인 클링 생태계 조성, STO 발행, 스위스 증시 상장과 신규사업 런칭 등 수익 구조 다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클링의 실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차례 공개가 늦춰진 후 거래소 코인제스트를 통해 상장됐으나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내부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토큰 이코노미를 위한 연료로 클링을 가동한다는 각오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어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클링 마케팅을 위해 싸이월드와 접촉했던 한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업 대표는 "한 마디로 실체가 없었다"면서 "내부에 제대로 된 개발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싸이월드는 여전히 미래를 보고있다. 싸이월드는 애니메이션 및 디지털 테마파크 기획 제작 등 글로벌 컨텐츠 사업의 확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러한 비전이 현실이 되기에는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당장 직원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니매이션과 암호화폐, 심지어 테마파크 사업에 나서겠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싸이월드의 입장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답은 없었다.

"내 인생이 무너졌다"
지난해 싸이월드에 입사한 후 퇴사한 전직원 B씨는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내 인생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건실한 회사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며 평소 IT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고있던 중 전 대표가 직접 싸이월드의 비전을 설명해 입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로는 그의 표현대로 '지옥'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B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말도되지 않는 지시 투성이였다"면서 "내부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라인을 사용했는데, 아침부터 전 대표가 직원 누군가를 지목해 신랄하게 비판하기라도 시작하면 그 날 하루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전 대표의 신경질은 특히 월급날이 되면 정점을 찍었다는 후문이다.

B씨는 "싸이월드에 입사하기 전에는 튼튼하게 경력 포트폴리오를 쌓았으나, 지금은 재취업을 알아보며 밀린 월급의 일부라도 받기를 원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직원 C씨는 "어느날 난데없이 스페인 프로축구리그와 사업을 하자며 직원들을 모으는 것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투자유치에는 능한 경영인이지만 이제는 정말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외부에 알려진 싸이월드와 전 대표의 비전과 능력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외부의 증언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 현재 싸이월드는 '3.0'은 커녕 최소한의 생존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전 대표가 공언한 대로 추가 투자유치가 이뤄지며 클링의 성장과 테마파크 로드맵이 가동되면 일발역전도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투자 유치가 거의 성사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전 직원 C씨는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해 월급 체납으로 회사에 건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부탁이 오기도 했다"면서 "이는 시간끌기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싸이월드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최소한 싸이월드와 함께하며 노력했던 전 직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싸이월드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전 대표 특수관계인이자 싸이월드의 핵심업무를 책임지는 모 팀장에게 연락을 했으나, 그는 연락을 지연시키다가 28일 "나도 퇴사했다"며 "알려줄 수 없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그의 퇴사는 표면상의 서류적 용이성을 위한 행보일 뿐, 최소한의 인원은 아직 전 대표와 함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