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조달처 벨기에

지난 8월 11일 일요일, 한국 언론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보도를 내보냈다. 일본의 소재 수출 제한으로 대처 방안을 찾던 삼성전자가 활로를 모색했다는 보도였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특정 회사로부터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조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세간의 시선이 집중될만한 중요한 보도였다.

보도의 출처는 일본의 닛케이 아시안 리뷰.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삼성전자 간부 출신 박재근 한양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취득한 정보라고 밝혔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박재근 교수가 벨기에의 특정 회사의 사명은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하지만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삼성전자가 포토레지스트를 조달하는 회사를 바로 지목했다. 2016년 일본 화학회사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설립한 합병회사라는 것이었다. 이 합병회사는 JSR의 벨기에 자회사 JSR 마이크로가 대주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다음날 8월 12일 월요일, 박재근 교수로부터 정정보도 요청이 나왔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 기자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어냈단 말이었다.

박재근 교수는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라고 신분을 밝혔다. 그런 처지의 자신이 일본 언론과 만나서, 삼성전자의 기업 비밀을 노출한다는 것은 말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학회 회장으로 기업의 기밀을 말하고 다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너무 황당하다.”고 심정을 피력했다. 자신 관련 기사는 오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난 8월 25일 일요일, 전자신문은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를 벨기에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따른 대응으로 수입 노선이 추가됐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보면, 박재근 교수를 인용한 닛케이 아시안 리뷰의 보도는 오보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사실 보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인용처로 박재근 교수가 도용된 것이다.

한국 수입 맥주 1위 벨기에 맥주

그동안 수입 맥주 시장에서 절대 강자는 일본 맥주였다. 일본 맥주의 아성은 워낙 견고해서, 부동의 1위라고 할 수 있었다. 2위는 벨기에 맥주, 3위는 미국 맥주였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정부의 수입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맥주가 1위 자리에서 내려갔다. 새로운 1위는 벨기에 맥주가 차지했다.

벨기에 맥주가 1위를 차지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시작된 변화지만, 상황이 계속되면 맥주 취향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와의 경쟁력에 밀려서 2위에 머물러있던 벨기에 맥주로서는 고무적인 상황이다.

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서, 에일, 라거, 람빅의 세 가지로 나뉜다. 그 중에서 에일과 라거가 세계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벨기에는 에일, 일본은 라거 맥주이다.

벨기에의 에일 맥주는 발효 중 효소가 표면에 떠오르는 상면 발효방식이고, 일본의 라거 맥주는 발효 중 효소가 표면 아래로 하면 발효방식이다. 에일은 알코올 도수가 높고, 색깔과 맛, 향이 라거보다 진하고, 라거는 황금빛을 띠고, 청량감이 더 강하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민적 취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 수입 맥주 시장에서 벨기에 맥주의 1위 수성은 공고화될 전망이다. 일본제품 사용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정착되면, 일본 맥주를 마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적설 이승우의 새로운 행선지 벨기에

지난 8월 26일 월요일, 월드컵 지역 2차 예선을 준비하는 축구 국가대표 파올로 벤투 감독이 원정 2연전에 나설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여러 뉴스꺼리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주목할 점 하나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빠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2시즌 동안 소속팀에서 2골 득점에 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인 것 같다.

이반 주리치 감독으로부터 전력 외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와 함께, 이승우의 이적설이 부상하고 있다. 이승우의 이적 가능 팀은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헬라스 베로나의 소식을 주로 다루는 이탈리아의 베로나 라이브의 보도 내용이다.

전도유망한 한국의 축구선수 이승우가 벨기에로 이적할지 국내 축구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우리에게 낯선 서유럽의 소국 벨기에. 그곳에 이승우가 뛸 팀이 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벨기에를 크게 얕잡아본 것이다. 2018 월드컵에서 벨기에는 3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FIFA 랭킹 1위에까지 오른 전력을 가지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유럽 대륙에서 가장 먼저 축구를 시작한 나라가 벨기에라는 사실이다. 1863년 10월 26일, 아일랜드 유학생 사이릴 모로가 멜레 수녀원 대학교에 가죽 볼을 들고 등교해서, 축구를 시작했다. 이후 축구는 벨기에 최애 스포츠가 되었다.

1895년, 벨기에왕립축구협회가 조직되고, 리그가 생겼다. 현재 디비전A 16개 팀이 경쟁중이다. 벨기에 축구 선수 중에는 파울 판 힘스트(1943 - ), 엔조 시포(1966 - ), 에덴 아자르(1991 - )가 있고, 전설적 축구 영웅 기 티(1922 – 2003) 감독이 있다.

서유럽의 강소국 벨기에의 경쟁력

한국의 국토 면적 10분의 3에 해당되는 305만 3천㏊의 좁은 땅에 1,560만 명이 모여 사는 벨기에. 경상남북도 크기에, 인구는 경상남북도보다 500만 명 정도 많은 수준이다. 위로 네덜란드와 독일, 아래로는 프랑스, 바다 건너는 영국, 답답한 상황이다.

그러나 2018년 기준, 1인당 GDP 4만 3,323 달러로 세계 17위를 기록한 벨기에는 세계적 화학 강국이다. 일본 화학회사 JSR이 합병회사를 차릴 만큼, 벨기에는 기술력 뛰어난 화학기업이 즐비하다. 벨기에에는 현재 720개 화학기업이 존재하며, 연간 매출액은 6백 50억 유로(88조 원), 근로자 수는 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기에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화학을 선택,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벨기에는 2018년 화학 분야에 45억 유로(7조 원)를 투자했다. 이것은 산업 전체 R&D 투자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8년, 벨기에는 한국에 수출 6억 5천만 달러(7,770억 원), 수입 6억 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벨기에는 한국에 맥주를 수출하고, 삼성전자에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솔베이(화학소재), 유미코어(2차전지)의 한국 투자도 한다.

한일갈등의 대안으로 떠오른 벨기에. 세계 최고 화학 기술력으로 생산된 수입 제품에서부터, 한국인 구미에 맞는 맥주에 이르기까지, 이제 한국에서 벨기에의 흔적은 찾은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승우까지 이적한다면, 벨기에는 전보다 더 가까운 유럽 국가가 될 것이다. 강소국 벨기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전범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