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의 급성장으로 소위 ‘잘 나가는’ 게임물의 게임규칙이나 게임방법 등을 모방한 게임물이 양산되면서 법조계에서는 게임물의 게임규칙이나 게임방법도 저작권 보호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 그 동안 우리 법원은 저작물이란 ‘문학.학술 또는 예술과 같은 문화의 영역에서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아이디어나 사상 또는 감정의 창작적 표현물’을 가리키고 그에 대한 저작권은 아이디어 등을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는 것(대법원 1993. 6. 8. 선고 93다3073, 3080판결,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등 참조)이어서 일종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게임물의 게임규칙이나 게임방법 등은 애당초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기존의 입장과는 다른 판결을 내려 주목받고 있습니다.

# 킹닷컴 리미티드 (King.com Limited)는 컴퓨터 및 모바일 기기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여 이를 제공하는 영업을 영위하는 몰타공화국 소재 법인으로 2010년 무렵 출시한 매치-3-게임(match-3-game, 게임 속의 특정한 타일들이 3개 이상의 직선으로 연결되면 함께 사라지면서 점수를 획득하도록 고안된 게임을 말한다) 형태인 ‘팜킹’(Farm King) 게임을 바탕으로 2012. 9. 무렵부터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Digital Jester Limited’ 등과 함께 새로운 게임 개발에 착수하였고, 2013. 4. 무렵 ‘팜히어로사가’(Farm Heroes Saga) 게임이 개발되자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하여 전 세계에 출시한 이후, 2014. 1. 무렵에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2014. 6. 10.에는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이를 각 출시하여 왔습니다.

한편 홍콩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인 젠터테인(Zertertain)은 매치-3-게임인 포레스트 매니아(Forest Mania) 게임을 개발하였고, 포레스트 매니아 게임은 2014년 무렵 국내에 앞서 해외에서 칸홍(Kan Hong)에 의하여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칸홍(Kan Hong)’,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는 ‘타오게임즈(TaoGames Limited)’, 아마존에서는 ‘젠터테인’ 명의로 각 출시되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이하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는 2014. 1. 23. 젠터테인과 사이에 젠터테인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에게 한국 시장에 현지화된 포레스트 매니아 게임을 한국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 후 이 게임은 2014. 2. 11.부터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되어 왔습니다.

이에 시장에 매치-3-게임을 먼저 출시한 킹닷컴 리미티드는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매치-3-게임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며 저작권 침해 금지 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1심 및 2심은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답습해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게임물을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미술저작물, 영상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 등이 결합되어 있는 복합적 성격의 저작물로 규정한 대법원은 게임물의 창작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게임물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들 각각의 창작성을 고려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선택ㆍ배열되고 조합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그 게임물 자체가 다른 게임물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게임물의 창작성 여부를 고려할 때는 게임물의 개별 구성요소인 캐릭터, 아이템, 배경화면 등 게임물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들의 각각 창작성도 살펴야 하지만, ‘개별 구성요소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배열, 조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 그 자체도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대법원은 두 회사가 출시한 각 모바일 게임은 게임물의 개별 구성요소 면에서는 다소 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은 서로 닮아 있어 양 게임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 동안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고,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는 이분법적인 판단 기준을 깨고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라 할 수 있는 ‘개별 구성요소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배열,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 역시 저작권 보호 대상에 포함시켜 저작권 보호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