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임모 씨는 올해 말 전세만기가 돌아와 인근 지역으로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던 중 경기도권까지 지역을 넓히기로 했다. GTX 예타 통과 소식 등을 접하면서 수도권지역의 서울 접근성이 향상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노후화된 아파트가 대다수인만큼 쾌적한 새아파트 전셋집 가격은 나날이 고공행진하고 있는데다 GTX가 지나가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 아직 서울 전셋값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B, C노선 모두 마지막 B노선을 끝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 및 평가하기 위한 제도이다. 종합평가(AHP)가 0.5를 넘으면 사업성을 획득하는 것으로 GTX-B노선은 3기 왕숙신도시를 반영한 시나리오에서 0.540, 왕숙신도시를 반영하지 않은 시나리오에서 0.516 등으로 통과했다.

국토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민자적격성검토를 신청하고 기본계획 수입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본계획이 완성되면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22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GTX 소식에 이어 신안산선도 착공에 들어간다. 국토부는 신안산선 복선전철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이달 말 고시할 계획이다. 2024년 개통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가는 만큼 경기 서남부 지역 일대가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주공7단지를 재건축 해 짓는 ‘철산역 롯데캐슬&SK뷰’는 이달 신규 분양을 앞둔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광명시 하안동에 거주하는 한 수요자는 “광명철산이나 서울이나 이제는 아파트 가격이 비슷한 것 같다”라면서 “그럼에도 신안산선이라는 교통호재도 있고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가는 단지인 만큼 분양가격이 다소 높아도 완판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옆 단지인 철산주공8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59㎡는 2016년 평균 5억5000만원에 실거래가가 형성됐지만 지난 7월 8억4900만원에 거래가 됐다. 현재는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GTX 개발 호재로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송도와 마석을 꼽았다. 서울과 거리가 먼 지역이었던 만큼 교통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GTX-B 예타 통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지역은 송도와 마석이라고 볼 수 있다”라면서 “당연히 서울에서 멀었던 지역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송도의 경우 ‘송도 더샵센트럴파크 3차’ 단지를 문의하는 수요자들로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단지는 GTX-B노선 인천대입구역(계획)까지 도보 3분내에 위치하며 입지측면에서 손에 꼽히는 단지이다.

인근에 위치한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5’ 단지는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5억4000만원에 거래가 된 이후 평균 6억5000만원에 실거래가격이 형성됐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가격은 이보다 1억원가까이 비싼 7억4000만원대 이다.

송도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인천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시세가 오르고 있다”라면서 “예타 통과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통과가 되고 난 이후에 확실히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기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일 발표하고 있는 교통 호재로 인해 서울을 떠나는 것은 고려해봐야 한다는 모습도 보였다. GTX가 예타를 통과했다고 해도 실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을 뿐 더러 서울 집중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결국 GTX를 이용하지 않고 기존 주거지에서 쉽게 서울 인프라 이용이 가능한 지역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업무 지역 중 한 곳인 여의도는 기존 5,9호선을 포함해 GTX를 비롯해 신안산선, 신림선, 서부선 등이 계획돼있다.

여의도 여의도동 Y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교통이 발달할수록 주변부가 도심지보다 좋아질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도심지가 가장 좋아진다”라면서 “여의도 아파트가 재건축에 다 묶여 있어도 계속 오르는 이유가 그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철도 특성상 사업성이 통과됐다고는 해도 개통되기까지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점 역시 수요자들이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김포 도시철도 개통과정을 봐도 철도가 개통되기까지는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지는 경향이 있고 GTX의 경우 이제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것이기 때문에 노선을 정하고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라면서 “개통시기가 2020년 중반인 만큼 이를 고려해서 거주지를 정하기보다는 서울 및 수도권 인근 분양계획을 보여 전략을 짜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남 대치동에서 20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용하고 있는 S공인중개사 대표는 “광역철도망으로 인해서 서울과 경기도권의 이동시간이 기존 1~2시간에서 30분~1시간으로 줄어들게 돼 가격차이의 경우 일부는 유지되지만 일부는 커질 것”이라면서 “만약 탈서울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울 주요 지역과 이동이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