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조-내적시선, 142×198㎝

연잎은 무엇이라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둥글고 큼지막한 형태에 조선시대 찌그러진 백자를 연상케 하는 적당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구수하고 후덕한 맛이 있다. 또 그것은 연못에서 진흙탕 물을 덮어 가리우고 청결하고 고귀한 연꽃을 피어나게 한다.

어떤 갈등도 정화시킬 것 같은 어머니의 포용력과 너그러움, 그리고 따스하고 애틋한 시선은 바로 전통적인 한국 특유의 여성상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가 연잎을 소재로 다루게 된 것도 작가의 내적 심성이 연잎의 특성과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꽃보다 연잎에 주목하듯이,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일상에서 소외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진 곳에 머무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화려하게 핀 꽃이나 스무 살 전후의 꽃다운 청춘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송수련의 작업은 출발은 바로 퇴락하고 스러져가는 것들에 대한 발견에서 시작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응시에서부터 출발하지만 사실주의 작가들처럼 대상의 외관을 포착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인상주의 작가들처럼 자연 대기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 53×41㎝

또 동양화의 오랜 전통처럼 자연에서 직접 생동하는 기운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것이 목적이라면 마른 잎보다는 싱싱하게 살아있는 것을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 송수련에게서 자연은 어떤 의미인가? 이러한 자연관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작가의 작업노트에 적혀있는 다음 구절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내 그림은 언제나 자연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하지만, 현존하는 자연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 자연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나의 것이 지만, 동시에 내 존재의 집 안에서 숨 쉬고 있는 많은 타인들. 과겨와 미래가 동시에 포함하는 무수한 셔틀의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거친 자연은 나라는 한 개인 속에서 집단 무의식이라는 회로를 통하여 드물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동시적 관찰의 직접물인 그 자연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긴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정서가 되어 나타난다"(작가노트)

▲ 40.9×31.8㎝

이러한 명상의 장소로서의 예술은 잡다한 현실을 초월을 경험하게 하며, 작가는(한국화가 송수련,한지화가 송수련,송수련 화백,宋秀璉,SONG SOO RYUN,송수련 작가,Hanji Painter SONG SOO RYUN,한지작가 송수련,종이회화 송수련,여류중견화가 송수련, KOREA PAPER ARTIST SONG SOO RYUN, KOREAN PAPER ARTIST SONG SOO RYUN) 그럼으로써 진실한 생의 순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고 꿈꾼다.

“마치 향기가 어떤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쟁의 순간을 되살려 내듯이, 나는 내 이미지들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안에 파묻혀 있는 우주와 세계와 역사의 한 자락을 보게 만들고, 시간의 지층 속에서 생의 진실의 한 조각을 주워들 수 있게하기를 꿈꾼다.”(작가노트)

△최광진/미술평론가理美知연구소장

▲ 253×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