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화장품 업계에서 ‘쑥’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올 초 천연 유래 성분이나 친환경 가공법으로 만든 화장품과 인체에 유해한 화학 성분을 최대한 배제한 제품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 중 특히 쑥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이 소비자들 사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초 케어 제품 매출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임블리의 뷰티 브랜드 ‘블리블리’의 인진쑥 라인이 곰팡이로 논란이 되자 업계는 쑥의 인기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타사 제품의 쑥 라인이 반사 수혜를 입으면서, 최근에는 쑥 라인이 한 브랜드의 메가히트 제품으로 등극하며 날개를 단 모습이다.

▲ 미샤 개똥쑥 트린트먼트 라인. 출처=에이블씨엔씨

쑥 화장품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기업은 ‘에이블씨엔씨’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지난 3월 ‘미샤 타임 레볼루션 아르테미시아 트리트먼트 에센스’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트러블이 일어난 피부를 진정시키고 건강하게 가꿔주는 피부 진정 에센스로, 성분은 항염과 면역증진 등의 약효로 널리 알려진 개똥쑥 추출물로 만들었다.

개똥쑥은 강화도에서 매년 9월에 수확한 것으로, 9월에 열매를 맺어 이때가 영양분이 가장 풍부하다. 선별된 개똥쑥은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항아리에서 온·냉 두 번의 발효 과정을 거쳐, 저온 고압 추출 방식으로 유효 성분을 추출했다.

제품의 인기는 출시 초반부터 뜨거웠다. 뷰티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개똥쑥 에센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좋은 호응을 얻었다. 뷰티크리에이터 ‘홀리’와 협업한 사전 판매 이벤트는 준비한 3000개의 수량이 2분 30초 만에 모두 팔려 조기 종료됐고, 주요 포털에서도 ‘미샤’나 ‘개똥쑥’을 검색하면 여전히 ‘미샤 개똥쑥’이 관련 검색어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 뷰티크리에이터 '홀리'의 개똥쑥 신제품 관련 인스타그램 포스팅 내용. 출처=에이블씨엔씨

최근에는 출시 5개월 만에 20만개가 판매되면서 약 80억원의 규모를 달성했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아르테미시아 트리트먼트 에센스’에서 아예 ‘개똥쑥 트리트먼트 에센스’로 제품명을 변경했다. 연이은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개똥쑥 에센스의 후속 제품인 ‘개똥쑥 팩 폼 클렌저’, ‘개똥쑥 트리트먼트 에센스 미스트’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지난 7월에는 ‘개똥쑥 찰젤리 시트마스크’도 선보였다. 특히 지난 5월 출시된 ‘개똥쑥 트리트먼트 앰플’은 두 달여 만에 5만여개가 판매됐다.

유효영 에이블씨엔씨 마케팅 전무는 “개똥쑥 에센스는 출시 전부터 화장품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큰 이목과 좋은 호응을 얻었다”면서 “실제 사용해본 고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제품으로, 1000만병 판매 신화를 세운 보랏빛 앰플, 더 퍼스트 에센스와 함께 미샤의 대표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 아모레퍼시픽 한율의 '세살쑥 진정 에센스' 제품. 출처=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도 한국적 자연주의 브랜드 ‘한율’로 쑥 라인을 강화시키고 있다. 한율은 지난 4월 2015년도 쑥 라인 처음 선보인 이후 3년 만에 ‘세살쑥 진정 에센스’를 선보였다. 한율의 세살쑥 진정 에센스에는 강화섬에서 3년 동안 숙성한 뒤 24시간 동안 80~95도의 온도에서 끓여낸 어린쑥이 들어갔다. 쑥 추출물을 100% 함유해 외부 환경에 자극 받거나 예민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제품이다.

가장 최근에는 기존의 베스트 제품인 ‘어린쑥 수분진정 크림’ 대용량 한정판을 출시했다. 대용량 한정판은 기존요량 50ml 대비 1.6배 늘린 80ml로, 한율의 어린쑥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종이 방향제도 곁들였다. 어린쑥 수분진정 크림은 음력 5월 5일 이전 채엽한 강화섬의 어린쑥을 12시간 동안 뜨거운 김을 쐬어 훈증한 후 맑게 거른 어린쑥수를 담고 있다.

어린쑥수는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제품은 파라벤, 동물성원료, 광물성오일, 폴리아크릴아마이드, 합성색소, 이미다졸리디닐우레아, 트리에탄올아민 등 7가지 유해 성분을 첨가하지 않았다. 하이포알러지 테스트도 통과해 민감성 피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세살쑥 진정 에센스에 사용된 쑥은 지리적 표시제 16호로 등록된 ‘강화 약쑥’으로, 강화도에서 자생한 것이다. 한율은 강화 약쑥 중에서도 햇빛과 맞닿은 쑥의 상부 잎만을 사용해 진정 효능을 극대화했다.

▲ 토니모리의 강화도 약쑥의 유효 성분을 담아낸 ‘프롬 강화 맑은 약쑥’ 에센스. 출처=토니모리

로드숍 브랜드 중에는 ‘토니모리’가 가장 나중에 쑥 경쟁에 합류했다. 토니모리는 지난 5월 ‘프롬 강화 맑은 약쑥’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였다. ‘프롬 강화 맑은 약쑥’ 2종은 자연 유래 성분인 쑥을 담은 토니모리의 새로운 스킨케어 라인이다. 해풍과 해무를 맞고 자란 강화도의 ‘사자발약쑥’을 수확해 3년 이상 자연 숙성한 후 열추출공법을 통해 정성스럽게 추출한 약쑥 추출물을 함유했다. 더욱 깊어진 쑥의 힘이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되찾고 피부에 생기를 부여해주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순도 100%의 강화 약쑥 추출물을 사용한 ‘프롬 강화 맑은 약쑥 퍼스트 에센스’는 세안 후 첫 번째 단계에 사용해 피부 밸런스를 케어하고 피부 본연의 결을 맑게 케어해준다. ‘프롬 강화 맑은 약쑥 앰플’은 강화 약쑥 추출물을 70% 함유해 피부 본연의 맑은 빛을 선사하는 제품이다.

에센스 제품은  피부의 진정케어와 보습이 탁월한 제품으로 햇빛에 노출 되는 시간이 늘어나 피부의 온도가 높아지는 날씨엔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제품을 듬뿍 적신 화장솜을 올려 이마, 볼 등 집중 케어가 필요한 부위에 팩처럼 활용하거나 기존에 사용하는 화장품에 신제품을 20%의 비율로 배합하여 사용하면 더욱 보습감 있게 사용할 수 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최근 미세먼지 등의 외부 환경으로 건조하고 민감해진 피부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사자발약쑥을 담아낸 프롬 강화 맑은 약쑥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했다”면서 “자연이 숙성한 약쑥 성분으로 외부 자극에 지친 피부를 매끈하게 케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러한 단일 성분의 쑥 화장품 인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화학 성분이나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 한 병을 사용한 것만으로 극대화 된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3사가 모두 단일 성분을 담아낸 만큼 원료 자체의 효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과 제조 공법 등으로 차별화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원래 하나의 성분으로 구성된 제품에 논란이 생기면, 같은 성분의 제품들이 피해를 보는 현실이 보통”이라면서 “이번 쑥 화장품 인기 대란은 특이한 경우로, 오히려 제품의 성분과 효능이 인정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