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글로벌 전자업계의 강자인 삼성전자가 도전의 연속에 몰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도전을 받거나,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나거나 그 이상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반도체부터 모바일, 가전, 5G 등 전 영역에서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도전받고, 도전한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은 세계 최고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45.7%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으며 낸드플래시에서도 2분기 점유율 34.9%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D램에서는 1분기 42.7%에서 무려 3%의 점유율 점프를 이뤄냈고 낸드플래시는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늘리는 분위기다. 2위 도시바는 1분기 20.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2분기 18.1%로 주저앉았고, 웨스틴디지털은 1분기 14.9%에서 2분기 14.9%로 역시 점유율이 하락했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크게 세 가지로 유형을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업황 악화다. D램 8GB 메인스트림 모듈의 ASP(평균판매가)는 2분기 25.5달러를 기록해 1분기 31.5달러와 비교하면 20% 하락할 정도로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2분기 실제 수익 기준으로만 보면 1분기 대비 2.7%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도 같은 기간 시장 크기가 무려 34%나 쪼그라들었다. 모든 제조사들이 피할 수 없는 업황 악화지만, 시장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심각한 도전이다. 삼성전자는 선을 그었으나, 최근 감산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는 이유다. 

설비 투자도 늦어질 조짐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P2 투자 설비를 내년으로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안의 신메모리 생산라인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음으로는 경쟁자들이다. 낸드플래시의 강자 도시바는 지난 6월 요카이치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2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재가동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동맹군인 웨스턴디지털과의 시너지도 추구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신주 공모 방식의 1부 상장을 연기하며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낸드플래시 물량을 대거 시장에 공급할 경우 각 업체들의 출혈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지나간 망령인 일본이다. 삼성전자에 글로벌 메모리 및 가전 시장 패권을 빼앗긴 일본은 최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침을 확정하며 소재 분야의 정밀타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탈' 일본 반도체  소재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아직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은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분쟁 연장선에서 벌어지는 경제보복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할 길도 요원하다. 메모리 반도체의 삼성이 이겨내야 할 가장 강력한 도전자다.

스마트폰 및 모바일 영역에서도 강력한 도전을 받고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있는 중국의 화웨이를 비롯해 내달 아이폰11을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애플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1위 지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LG페이에 기술을 제공한 미국 기업 다이내믹스가 삼성전자는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걸기도 했다. 루프페이에서 삼성페이로 이어오는 MST 기술이 자사의 무선 마그네틱 통신인 WNC(Wireless Magnetic Communication)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다이내믹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및 기어S3 등 총 11개 삼성전자 모바일 디바이스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노트10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가전 등 영역에서는 순항하고 있으나 TV에서는 역시 강력한 도전을 받고있다. 중국의 LCD 전략이 박리다매 전략을 타고 시장을 초토화시킨 가운데, 차세대 TV를 중심으로 새로운 로드맵을 조성해야할 순간이다.

현재 중국은 당국의 지원으로 글로벌 LCD 시장에서 완전한 패권을 차지했다. BOE는 2018년 허페이 공장 B9에서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성공했고 2020년 양산을 목표로 B17라인도 건설하고 있다. 차이나스타도 올해부터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들어갔고 2020년에는 9만장 규모의 라인을 더 건설한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 TV 제조사들의 탈 LCD 전략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G 통신 네트워크 시장은 철저한 도전자다. 중국의 화웨이가 여전히 1위 사업자 지위를 가져가는 상황에서 발 빠른 추격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발판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파운드리도 도전자다. 대만의 TSMC가 1위 점유율을 유지하는 사운데 삼성전자는 EUV 등을 내세워 시스템 반도체 전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가동된다.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 규모적 측면으로는 ‘역대급’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 인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나아가 국내 팹리스와의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 화성 반도체 라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위기를 기회로

삼성전자는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하며 위기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초기술 격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PCIe 4.0 인터페이스 기반의 고성능 NVMe SSD PM1733 라인업과 고용량 D램 모듈 RDIMM, LRDIMM을 본격 양산하는 등 흔들림없는 로드맵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AMD와의 협력 등 기민한 트렌드 주도에 집중하면서 일본의 공세에 맞서는 무기로 부품 및 소재 국산화에도 속도를 낸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TSMC와 경쟁하는 한편, 빠른 시일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모바일은 갤럭시노트10을 시작으로 5G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갤럭시폴드로 하드웨어 폼팩터의 다양성도 타진한다. 인도 등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를 늘리는 한편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을 오가는 유연한 대응도 보여준다는 각오다. TV 및 가전 시장에서는 차세대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며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연구개발로 기초체력도 다진다는 방침이다. 공개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지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감한 투자행보에 나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이재용 부회장 주도의 대형 인수합병도 고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