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제조업 생산이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세계경제는 글로벌 교역이 둔화되는 가운데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 특히 교역위축과 투자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 생산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확대가 글로벌 생산부진의 배경으로 주로 거론되고 있다. 미·중 관세인상 품목은 여타 업종에서도 교역이 위축되는 등 세계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경제리뷰'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지난 3개월 간 글로벌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1.3%로 수축국면의 최저수준인 2012년과 2015년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한국은행

부진의 정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 3번의 수출국면 중 이전 두 차례의 중간수준으로 평가됐다. 지난 수축국면이었던 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0.5%까지 떨어졌고, 2015년에는 중국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생산증가율이 0.9%까지 하락했다.

◇ 교역·투자와 연관성 높은 기계장비·자동차 부진

▲ 출처=한국은행

글로벌 제조업 생산은 교역 및 투자와 연관되는 품목에서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투자증가율은 2017년 3분기 4.2% 이후 지속 하락해 올해 1분기 투자증가율은 1.4%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기계장비 생산이 글로벌 투자 축소 등으로 지난해 1분기 이후 크게 줄었고, 경기 동행성이 낮은 자동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함을 이어오고 있다.

자동차 생산부진의 경우 친환경차 생산체제로의 전환과정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등 구조적 요인도 더해졌다. 글로벌 신차수요 축소도 생산부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이산화탄소(CO2) 감축 목표를 최종 설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신규 배출가스 테스트 인증절차를 강화하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자동차업계에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 가공단계별, 자본재와 중간재 PMI 하락폭 크게 나타나

▲ 출처=한국은행

가공단계별로 보면 소비재 생산에 비해 자본재와 중간재 생산이 크게 둔화됐다. 글로벌 구매관리자 지수(PMI)를 보면 자본재와 중간재는 수축 국면마다 기준치보다 떨어진 모습이다.

2017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자본재와 중간재의 PMI는 각각 –5.6%, -6.2%로 수축국면마다 기준치를 하회했다. 반면 소비재의 경우 확장적 거시정책, 고용 여건 개선 등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제조업 생산부진은 국가별로는 유로지역과 일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유로지역과 일본의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각각 –9.6%, -3.3% 포인트 하락해 Ⅱ수축국면(2014년4월~2016년 5월)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수축국면(2011년 1월~2013년 2월) 당시 유로지역과 일본 생산은 각각 유럽재정위기, 동일본 대지진 등 자체적요인으로 증가율이 10%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 측은 “유로지역과 일본은 기계장비 생산비중이 높아 글로벌 투자부진에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라고 밝혔다.

◇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 위축

▲ 출처=한국은행

글로벌 보호무역기조 강화로 교역위축과 투자감소가 동시에 나타났고, 글로벌 공급체계도 약화되면서 제조업 생산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과 중국 간 통상갈등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분업화를 주도했던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부진은 교역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본재와 중간재 부문의 생산둔화로 귀결되고 이는 최근 생산-교역간 동조성이 크게 강화된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빠르게 확산되던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2010년대 이후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생산 및 교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내 사용되는 일반기계 23.4%가 해외에서 수입된 것으로 이중 40% 이상을 EU국가와 일본이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4~5월 중 일본의 대중국 일반기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했다.

글로벌 보호무역기조가 지속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을 감안해볼 때 글로벌 제조업생산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기업들의 대체국 및 자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 등 글로벌 공급체인의 조정을 수반할 경우 제조업 생산회복에 소요되는 기간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