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인센티브까지 내걸며 KDB생명의 네 번째 매각 작업을 시도하고 있으나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근 KDB생명의 경영정상화에 불씨가 지펴졌다는 평이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쏟아 부은 금액에 비하면 저조한 기업가치 등 매물로서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알짜 매물로 거론되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조만간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지면서, 향후 추가적 자본 수혈이 필요한 KDB생명의 매물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주간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으며, 이르면 내달 말 매각 공고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 “팔리기만 한다면 손해 보더라도…”

KDB생명 매각에 대한 산업은행의 의지는 극명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그동안 “손해를 보더라도 팔겠다”며 KDB생명의 연내 매각 의사를 비쳐왔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떠안게 된 건 지난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이 시작되면서다. 산업은행이 인수하기 직전 3년 동안 KDB생명의 누적적자는 7500억원에 달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하면서 5년 안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며, 이번 네 번째 매각 시도까지 이르게 됐다.

이 회장은 최근 KDB생명 매각 관련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매각 작업을 주도한 임원진들에게 매각 금액에 따라 최대 45억원 가량의 성공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국책금융기관의 자회사에 이 같은 성공보수를 내건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초엔 보험전문가로 알려진 정재욱 전 세종대 교수도 KDB생명 사장으로 영입했다. KDB생명을 경영정상화의 반열에 들여놓은 뒤 매각에 나서겠다는 계획에서다. 실제로 정 사장이 취임한 후 KDB생명은 경영정상화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2017년 108.5%로 떨어졌던 KD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 3월 212.8%, 최근엔 230%까지 올라갔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또한 2016~2017년 연속 순손실을 내던 KDB생명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약 3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 저조한 기업가치…추가 자본확충 부담도 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KDB생명 매각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자한 금액만 1조원에 달하는데, KDB생명의 기업가치는 5000억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성 보험으로 덩치를 키워온 KDB생명은 2022년 도입될 새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 자본확충 부담도 크다. IFRS17 도입시 보험 부채가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됨에 따라 과거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았던 보험사들일수록 그 요구자본도 더욱 늘어난다. KDB생명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시행한 부채적성성평가(LAT)의 적립금 결손금도 1조억원에 달한다.

알짜매물로 꼽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KDB생명의 매각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려는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 KDB생명보다 향후 자본확충 부담 등이 적은 동양·ABL생명에게 시선이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동양생명의 올 2분기 당기순익은 35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8.3% 증가하며, 업황 부진 속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DB생명은 저조한 수익성에 향후 자본확충 부담도 커 매물로서의 가치가 적다”며 “특히 동양생명과 ABL생명까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가를 파격적으로 낮추진 않는 한 적합한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