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미중 경제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장단기물 금리가 2005년 12월 이후 12년여 만에 역전됐다. 이날 오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19%로, 2년물 금리(1.628%)보다 낮아져 채권과 증권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으로 자금을 옮겨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 금리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대표적 안전자산인 장기 10년 물 국채의 수요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국채수익률을 아래로 끌어들여 금리역전 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미래에셋대우

그동안의 채권금리와 경기변동 과정을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은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 정보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1978년 이후 경기침체 이전에 2년 물과 10년 물 국채수익률 역전 현상은 다섯 차례 발생 했고, 이후 2년 내 모두 경기침체가 나타났다.

장기 금리역전 폭이 확대돼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움직임에도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은 이미 다음 달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과 한꺼번에 50bp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각각 78.8%, 21.2% 수준이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고 10월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채권 포지션과 추가위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채권시장, 금리 인하 기대와 가격 부담 지속…시장리스크 주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시중금가 빠르게 하락하면 채권시장의 경우 신용리스크보다 시장리스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나 신용등급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는 이미 낮아질 때로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김상만 하나금융그룹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앞으로 한번 더 인하하더라도 중·단기 금리역전은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저울질하며 가격부담이 계속 발행하는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하가 멈췄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 이어 금리 인하가 현실화 될 경우를 가정하면 적어도 오는 2020년 1분기까지 국고채 3년 물 금리가 1%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출처=삼성증권

채권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적어도 10월 인하되고 2020년 1분기 중 추가 인하돼 1% 기준금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채권 금리역전 현상에 따라 경기하락 우려가 높아지면서 뉴욕증시도 급락하는 등 증권시장에서도 투자자의 불안감이 반영되고 있다. 

이날 다우지수는 800포인트 떨어져, 3.05% 폭락했고, S&P 500은 2.93%, 나스닥도 3.02% 하락했다. 이와 함께 유가도 급락해 미국 텍사스 원유는 3.3%, 영국 브렌트유는 3.41% 떨어졌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외불확실성 확대로 경기침체 확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주요국의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속도가 빨리 지고 있어 채권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