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소위 경제보복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12일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사실상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확전을 자제하면서 일본의 반응에 따라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신의 한 수?

일본이 지난달 4일 3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거는 한편 2일 각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초강수를 뒀다. 확전을 자제하면서 '여지'를 남겨 사태를 파국으로 끌고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에 시선이 집중된다. 내달 중순 시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화이트리스트로 볼 수 있는 ‘가’를 ‘가의1’ 과 ‘가의2’로 나누고 일본을 ‘가의2’로 이동시켰다. 기존 ‘가’에 속한 나라 29개 중 28개 나라는 ‘가의1’에 남기고 일본만 ‘가의2’로 옮긴 셈이다.

‘가의2’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나’와 동일하다.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는 ‘가’의 혜택은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개별수출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중개허가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은 열린다.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고 있는 사용자포괄허가는 ‘가의1’에 모두 통용되지만 ‘가의2’는 예외적인 경우 적용이 된다. 이 외에도 각종 규제를 보면 ‘가의2’는 ‘가의1’보다 강하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보완적인 로드맵이라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면전에 가까운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완벽한 수출규제와는 선을 긋는 한편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각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결정했으나 세부적인 시행수칙을 정하지 않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장면과 비슷하다. 확전을 자제하면서도 일본의 대응에 따라 세밀한 ‘정밀폭격’에 나선다는 의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 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응은? 향후 행방은?

일본은 한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WTO 제소 등을 운운하고 있다. 실제로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일본 외무 부대신은 트위터를 통해 “일본의 수출관리 조치 재검토에 대한 대항조치라면 WTO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중재 의지도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이 한일 경제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졌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 상황에서 미중 경제전쟁이 격렬해지는 한편 동북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일 경제전쟁을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