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요즈음 TV를 보면 바쁜 현대인들을 대신해 연예인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매물을 찾는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그만큼 현대인들에게 '내 집 마련‘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은 독립의 꿈을 키운다.

서울에서 살기 좋은 집을 찾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가격, 시설, 뭐하나 빠트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에 욕심은 끝이 없다. 다양한 주거 형태와 조건들을 고려해야하고, 개인마다 추구하는 집의 모습이 다르다.

▲ 신림동 주택가의 모습(사진= 이코노믹 리뷰 장서윤 기자)

원룸을 선택한 청년들, 그들에게 ‘집’이란...

“집이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해야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을 뒷받침 해주는 나만의 공간이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를 시작한 L씨는 최근 강서구에 원룸을 구했다. 그는 주변에 원룸을 적극 추천한다. 원룸이 홀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쉐어하우스, 공동주택과 같은 다양한 주거 형태가 생겨나고 있지만, 청년들이 원룸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사생활, 즉 혼자만의 공간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에 따르면 미혼 1인 가구의 주거형태 Top3는 다세대·빌라 32.5%, 아파트 26.9%, 원룸 19.4%였다. 원룸은 방 하나에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설비를 갖춘 주거형태로 요즘 원룸들은 냉장고, TV, 에어컨, 세탁기를 포함한 풀 옵션을 갖추는 추세다. 자취생들이 원룸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는 단연 주변 인프라(교통, 편의시설)와 매물가격이었다. 방음, 수압, 환기, 채광, 단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신림동 2호선 라인, 부평구청 등 7호선 라인 '원룸라인'

5월에 발표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대부분이 임차가구(75.9%)로 거주하고 있다. 그중 월세 가구(51.7%포인트) 비중이 제일 많았다

“일단 내 집을 마련하려면 전세금이나 보증금은 있어야 하니까. 그게 가장 큰 부담이었죠. 적어도 1000만원은 있어야 하니까...” 올해로 원룸 자취 3년차인 K씨는 2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보증금을 마련했다. 전세금은 도저히 모을 생각이 없었다. 빨리 독립하고 싶었다는 그는 강남 근처로 직장을 구하면서 독립을 혼자 준비했다. 가진 돈에 맞춰서 집을 골라야했기 때문에 눈높이를 충분히 낮추지 않으면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원룸을 선택한 이유는 매물을 찾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최근 직방, 다방 같은 부동산 중개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다른 주거 형태들에 비해 접근성이 좋았다. 또, 공인중개사무소에서도 원룸 매물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참고하고, 실제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 중개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매물을 선택. 지금의 집을 얻게 되었다. 어느 지역에 가성비 좋은 원룸들을 찾을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서울의 신림, 서울대입구, 낙성대로 이어지는 2호선 라인과 부평구청, 굴포천 등 7호선 라인을 추천했다.

서울에서 원룸 매물이 가장 많고, 가성비가 좋다는 신림을 찾아가봤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기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 조건으로 신림역 부근 원룸 매물 10곳 정도를 구경했다. 대부분 구축 주택으로 신림역에서 도보로 10분 내외의 집이었다.

신림역 근처 A공인중개사무소 중개인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서울에서는 아직까지 신림이 마지노선이다. 봉천 서울대 입구, 낙성대로 갈수록 월세가 5만원씩 비싸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직방이나 다방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들은 허위정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발품을 파는 것이 가장 좋은 방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또 “신림역 부근에 자취를 하는 직장인들은 대략 보증금 1000만원이나 500만원에 월세 40~50만원의 원룸에서 살고 있고 이 정도 시세가 서울에서는 가장 저렴한 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림에서 강남으로 가면 갈수록 최소 5만원씩 비싸진다”고 말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중개인은 “월세가 아닌 전세라면, 전세자금대출 받는 곳이 있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는 곳이 있어서 집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신축 반지하 원룸의 전세가가 9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된다. 그리고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집주인들은 2000~3000만 원은 더 올려 전세가를 부르는 경우가 많아 전세자금대출이 청년들에게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또 "처음 원룸을 구하는 사람들이 월세만 따지고 관리비는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월세에 수도와 인터넷, 전기와 가스가 포함되는 지도 확인해야한다. 한 달에 고작 1만 원이라고 해도 일 년이면 12만 원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주도 지원정책, 접근성 떨어져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버팀목전세대출’, ‘중소기업전세자금대출’ 등 정부가 주도하는 청년주택 지원 사업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뷰했던 원룸 자취생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청년주택지원 사업은 접근성이 떨어져 잘 안 찾아보게 된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이 되게 많은 걸로 아는데, 사업에 대한 홍보와 정보가 부족하다. 내 상황에서 유용한 정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정부 사업은 자격요건이 복잡하거나 까다로울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신청을 해도 선정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내 집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터뷰이 원룸 자취생들은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 전세나 임대주택으로 갈 고민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세, 임대주택에 들어가 머물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을 모으기 위해서다. 다달이 세를 내야하는 원룸에 살면서는 큰 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청년 가구가 원하는 주거지원 Top3는 전세자금대출지원(32.2%), 주택구입자금대출지원(24.3%), 월세보조금지원(16.54%)이었다. 주거문제를 경험하는 청년가구의 약 56%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된다. 한정된 주거지역 내에 대학, 직장을 위해 청년인구가 몰리면서 주거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