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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혹은 쪽박' 험난한 임상, 성공 높이는 비법은신약 개발 위한 필수 관문…한국 임상 어디까지 왔나
   
▲임상시험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 A 제약사는 최근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3상을 조기 중단했다. 임상에서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임상 중단 소식에 A사의 주가는 폭락했고, 투자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이에 A사는 또 다른 파이프라인을 공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싸늘해진 민심을 되돌리긴 어려웠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하나 같이 신약 개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모든 임상 과정을 거쳐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리고 신약 성공률은 10% 미만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즉, 10개 중 단 한 개의 신약만 최종 승인을 받아 제품으로 출시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신약 개발이 어려운 까닭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임상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신약 조건에 맞는 환자군을 모집하기가 쉽지 않고,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임상에서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신약 개발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뒤따르는 부(富)가 상상을 초월한다.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대박 아니면 쪽박인 치열한 임상의 세계지만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회적·경제적 가치 높아

임상시험의 핵심은 신약 개발이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폭넓은 치료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노인 인구 증가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암, 당뇨, 알츠하이머 등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덩달아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암학회와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항암제를 포함한 새로운 치료법은 약 210만명에 달하는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고 암 환자 5년 생존율을 41%가량 높이는 효과를 일으켰다. 이는 인류의 수명 연장 및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이어지며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상시험은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가치도 창출한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이 단순히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임상시험 활성화를 통해 여러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제약 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은 1651억 달러(약18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상위 10개사의 R&D 투자비용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임상시험을 통한 고용 효과도 적지 않다. 최근 고용 둔화 추세에도 보건복지 분야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대수명 증가로 보건·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상용 근로자 중심의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험책임자, 관리약사, 코디네이터 등 임상시험 관련 전문직 고용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예년만 못한 한국의 임상 경쟁력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 3월까지 등록된 세계 누적 임상시험은 29만9634건이다. 이중 미국이 11만9433건으로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이어 유럽(8만4897건), 동아시아(3만2529건), 캐나다(1만9809건) 순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9866건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1만384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국내 임상시험은 2012년부터 매년 3%대 점유율에 머무르며 성장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간 한국은 풍부한 의료 인력과 미국·유럽 대비 25% 수준의 저렴한 임상 비용으로 유리한 여건을 갖췄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인건비와 수입통관 비용 등으로 경쟁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임상시험 누적 등록 현황. 출처=ClinicalTrials.gov

반면 중국과 호주, 대만 등 다수의 국가는 대대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 임상시험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임상시험은 전년 대비 34.4% 증가했다. 전체 순위도 5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중국은 인력확충, 승인 절차 간소화, 우선심사제도 확대, 임상시험 실시기관 기준 완화, 해외 임상데이터 수용 등 60일 이내 임상 승인원칙을 앞세운 규제 개혁을 통해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호주는 최대 43.5%에 이르는 R&D 세제 혜택과 신고제를 통한 신속 수행 등 각종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며 임상시험 허브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부터 해외 제약사가 자국에서 초기 임상 진행 시 획기적 신약 지위를 부여하는 등 임상시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임상승인 속도 높이는 조치 필요해

한국은 임상시험 승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후 임상 제도의 로드맵을 담은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은 임상시험 안전관리 체계와 임상시험 국제 경쟁력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은 식약처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뒤 진행할 수 있다.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임상에 들어가는 신고제와 달리 승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두 제도 모두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어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성장 둔화세로 접어든 국내 임상시험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임상승인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상시험 실시 체계도. 출처=식약처

식약처는 임상시험 승인제를 신고제로 변경하는 극약 처방을 내리는 대신에 차등승인제, 예비검토제 등 임상승인 지연에 대한 지적을 일부 수용한 대안을 내놓았다.

먼저 차등승인제는 안전성이 확보된 임상에 한해 임상약 정보 등 필수정보만으로 빠르게 임상을 승인하는 제도다. 시판의약품 등 위험도가 낮은 임상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임상시험은 신약이나 시판 중인 의약품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처리기간 30일 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차등승인제가 적용되는 임상시험의 경우 심사 절차가 상당 부분 간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식약처는 다음달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접수 후 5일 이내에 자료를 검토해 알려주는 '예비검토제'를 시행한다. 심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상 회의까지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또 계획서 작성과 같은 임상승인 초기 단계부터 개발자와 사전검토를 진행해 IND 승인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7일까지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차등승인제 등 효율적인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보다 효율적으로 임상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  jway0910@econovill.com  |  승인 2019.08.12  1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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