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국의 반도체 기간 인프라 산업을 정조준한 일본의 대응에 맞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한편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않다는 평가다.

한일 경제전쟁 '출렁'
현재 한일 경제전쟁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4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수출규제를 거는 한편 2일 각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침을 정했으나, 이후로는 숨 고르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7일 한국이 일방적으로 국제조약을 파기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화이트리스트 확정안이 담긴 정령(한국의 시행령)을 공포했으나 시행세칙 내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장기화 국면으로 끌고가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을 보며 '정밀타격'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상황은 8일부터 급변했다. 수출을 막은 3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한국 수출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밝히기도 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다.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기업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일본 기업인 모리타(森田)화학공업이 올해 말부터 중국 공장에서 고순도불화수소 생산에 나선다고 보도하며 "삼성전자 중국공장 등에 납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방침은 여전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오히려 한국 기업과의 거래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우려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일본의 경제보복 후)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일본 정부 관계자도 '예상 이상으로 소동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오산(誤算·잘못 계산함)을 인정했다는 구체적인 발언도 나왔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이어질수록 자국 기업 피해가 커지는데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커지고 있음을 일본이 걱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미중 경제전쟁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미국의 중재 의지가 점점 커지고 있고 글로벌 ICT 전자 공급망 우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일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 고동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의 우려와 비전
한일 경제전쟁이 묘한 흐름을 타기 시작하는 가운데,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 삼성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지난달 초 일본에 다녀와 현지 금융 및 산업 거래선들을 점검했으며 현재 컨틴전시 플랜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어 이 부회장은 "긴장은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자”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자”는 메시지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일부 소재 국산화에 나서는 한편 기초체력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67억8300만달러를 기록해 45.7%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D램 시장 전체 매출액이 148억44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9.1% 줄었으나,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PCIe 4.0 인터페이스 기반의 고성능 NVMe SSD 'PM1733' 라인업과 고용량 D램 모듈 RDIMM, LRDIMM을 본격 양산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AMD와의 협력으로 판을 키우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한진만 전무는 "삼성전자는 AMD와 함께 차세대 서버에 탑재할 최신 프로세서, 메모리, 스토리지 제품 분야에서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다" 며, "삼성전자의 'PM1733', RDIMM, LRDIMM과 함께 AMD는 EPYC 7002 프로세서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며 새로운 표준을 적용한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8일 갤럭시노트10 공개 기념 간담회에서 일본의 제재와 관련해 "하반기 스마트폰 출시와는 관련이 없다"면서도 "인쇄회로기판(PCB) 등 제4 하도급까지 있는 스마트폰 원재료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 3, 4개월 제재가 이어지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