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서울의 상징이자 도심의 대표상권인 종로가 심상치 않다. 종로 거리는 서울에 새롭게 형성된 다른 상권들과 더불어 많은 인파와 불야성을 상징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밀려드는 경제 침체와 꾸준하게 줄어드는 유동 인구를 결국 버티지 못하고 상권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 이 곳 서울의 중심에서 한국 자영업의 민낯을 확인해 봤다.

저녁시간을 맞아 종로 2가 젊음의 거리 인근과 종로 3가 사거리에는 퇴근하려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한 노점상이 보는 시각은 달랐다.

종로의 유동 인구가 줄어든다

20년을 이 곳에서 줄곧 장사를 했다는 노점상은 최근 들어 이 곳을 찾는 인원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여기서는 거의 고참급이고 이 거리가 정비된 건 10년전 즈음인데 지금처럼 장사가 안되고 오가는 사람이 적은 때는 거의 없었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상인의 말에 의하면 젊은 사람도 굳이 이곳을 별로 찾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지갑 자체를 열 사람도 오지를 않고 이젠 기념일에 꽃을 사가려고 지갑 여는 경우도 잘 없다는 것이다.

종로 젊음의 거리

근처 일식집 사장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한 건물 2층에 위치한 식당 G의 주인은 “이 근처는 젊은 사람들이 놀 만한 곳이 없이 않느냐. 술값이 싼 편도 아니고 그래서 상권이 위축되니까 젊은 사람들도 잘 찾아오지 않고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일종의 악순환인 셈이다. 주인은 또 여기에 시위나 집회가 많은 것도 장사에 영향을 준다고 언급했다. 실제 오후 6시 반이 돼가는 시간이었지만 7개 테이블 중 한 곳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참이었다.

요식업자로서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업자는 별로 고민하는 기색 없이 바로 인건비 상승, 그리고 임대료라고 대답했다. 그는 “세는 내리지 않고 매출은 절반으로 토막났으니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 분에 의하면 2~3년전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출은 작년 대비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서빙 직원도 올해부터 쓰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날 점심 무렵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한산한 가운데 많은 점포가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거나 영업 준비중이라는 팻말만 걸려있었다. 그 중 한 우동가게를 찾았다. 우동가게 주인은 "근처 빌딩이 매각됐는지 그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던 직장인들 1만명이 사라진 것 같다. 지금은 매출이 반도 안된다. 불경기 여파도 있는 거 같다"며 "점심은 그래도 근처 직장인들 덕에 사정이 나은데 저녁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지 오래"라고 하면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점원은 "저희 같은 경우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유커가 많이 왔는데 요즘 몇 년간 신통치가 않다"며 외국인 관광객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종로 한 빌딩 지하에 위치한 사주카페도 한산했다. 사장이 직접 운영 중인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중년 여성 두 명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원래 사주 카페는 이 근처에만 세 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여기만 남았다.

그래도 이곳은 오래 버티는 편이라고 카페 업자가 말했다. 그는 “이제 이런 카페 형식은 고정 단골이 있지 않고는 힘들다. 여기는 차나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로는 영업이 도저히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원래 찾는 사람 연령이 다양했으나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찾는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로는 작년과 비교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그는 "상권이 위축되니까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단골 외에 차나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 직종 자체도 2013년 이후로는 하향세고 그렇다고 다른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어서 계속 줄고만 있다"고 답했다.

세상이 힘들 때 사람들이 사주를 더 많이 보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것도 지갑 사정이 좋을 때의 일"이라고 딱 잘라 말한 그의 답변이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올해부터 인건비 상승 체감돼’

초저녁 무렵의 종로 거리

같은 날 저녁시간 종각역 근처의 상가를 찾았다. ‘말복 8월 11일’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글자를 붙여놓은 삼계탕 집에 들어섰다. 흰 머리의 사장이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복날 특수는 괜찮은 편이냐고 물었다.

대표는 요즘 시즌은 낫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매출이 3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올해 걸쳐서 장사가 다 안되는 편이라는 대답도 돌아왔다.

옆에 있던 직원은 거리를 내다보면서 “이 곳에 오는 사람 수가 줄었다. 지금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지 않느냐”며 맞장구 쳤다. 이 곳 대표는 주52시간과 인건비 상승 여파가 올해부터 체감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근처 골목에 위치한 E 베트남 음식 전문점은 인건비 상승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느끼는 듯 했다. 마르고 훤칠한 키의 점장이 직접 질문에 답했다. 해당 점장은 장사는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뒤 자조적인 실소를 터뜨렸다. 재작년 기준으로 매출이 4분의 1로 완전히 줄어버렸다고 한다. "정말 그 정도냐"고 질문했더니 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저녁에는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장사가 괜찮은 편이었다고 했다. 지난해도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때는 저녁에는 젊은 손님들도 홀이 거의 꽉 찰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매출 하락에 이어 인건비 상승 타격이 더욱 심해졌다. 8명의 종업원을 줄이고 지금은 점장 포함 두 명이 서빙을 한다. 실제로 넓직한 매장이었지만 오후 6시 반임에도 몇몇 테이블 정도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점장은 인건비가 재료비보다 더 부담된다고 느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건비가 과거에는 전체 경비 거의 10%~15% 정도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인건비만 거의 40%에 가깝게 늘어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점장은 이어서 “이미 올린 최저임금을 정부가 다시 내려버리기도 힘든 것 아니냐. 정부가 경제 상황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장사하는 사람들끼리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점장은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 같은 아시아 푸드 식당이 몇 년간 많이 오픈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그럴 엄두를 못 낸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없어지면 없어지지. 근처 다른 일반 음식점 가게도 비슷할 것"이라고 한 마디를 던지고 다시 홀 안으로 들어갔다.

‘요즘 식당은 거의 주 4일 장사’

종로3가에서 보신각으로 이어지는 상가를 쭉 따라가면 등장하는 종각지하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종각역으로 이어지는 이곳 지하상가에는 많은 상점이 입점돼 있다. 그러나 저녁 퇴근 시간임에도 지하상가는 예상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방과 피혁으로 만든 지갑 등을 취급하는 상점에 들어가 상황을 물었다. 인상을 찡그린 가게 주인이 일어나 "이 곳은 더 심각하다"면서 느끼기에는 재작년 대비 거의 30% 수준으로까지 매출이 떨어진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종로라는 지역 특수성과 이점이 있었고 서울 쪽에서는 알아주는 상권이었는데 상황은 점점 안 풀려서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근처 상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확실히 어려운 것 같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요즘 식당들은 주 4일만 영업하고 장사하는 형편”이라면서 “원래 식당 장사는 아침, 점심, 저녁이 기본인데 아침은 커녕 사람들이 저녁도 안 먹는다 그냥 점심 장사만 하는 꼴이다”라고 했다. "점심이야 근처 회사원들이 억지로라도 먹지만 저녁이 더 한산하다는 것이  그 사람들 고민"이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그는 또 “요즘은 은행도 1층이 힘들어 2층으로 옮겨버리니 식당이나 다른 가게들은 어떻겠나”며 “로드샵이 그런 형편인데 우리는 더 말할 것이 없다. 공실도 늘었다.”고 답변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임대료에 나가떨어져

저녁 무렵 종로 젊음의 거리

K빌딩의 8층에는 어떤 상가나 오피스도 입주해 있지 않은 상태다. 다른 층도 절반이나 4분의 1씩 비어있다. 해당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인은 "요즘은 임대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었는지 공실이 잘 채워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5년동안 이 곳 빌딩에서 근무했다는 그 역시 "전체 경기가 점점 나빠지는 건지 요즘 가장 많이 빌딩이 비어 있는 거 같다"고 했다. 관리인은 “어렵게 된지 몇 년 됐다 우리 건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빌딩도 상가나 오피스나 다 같이 많이 빠지고 있다"고 말을 줄였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 가량 남은 시간, 종각역 근처의 한 갈비집을 찾았다. 해당 업자는 이 곳에 있는 식당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곳과 비교하면 장사가 안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상권이 근처 삼청동과 익선동으로 분산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하강국면이라 움츠려 든 것은 맞지만 매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료의 문제라는 것이다. 요식업 하는 사람들은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이 세 가지가 주 지출 항목인데 결국 많은 점포가 임대료 때문에 못 버티고 나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임대료가 워낙 비싸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임대료를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곳 규모면 기본 월세가 천 만원이다. 2층이라도 오백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요식업은 임대료가 천 만원이면 매출은 그 10배는 돼야 한다."고 하면서 "매출이 20%, 30%씩 줄어드는데 기본 임대료는 비싸니 결국 버틸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해당 사장은 "자영업도 전체 경기가 활성화 되어야 살아난다면서 추경이라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근처 S부동산도 비슷한 진단을 했지만 원인의 우선 순위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해당 중개사는 “임대료는 여기가 비싸다. 그런데 매출은 줄어들고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니 여기서 빠지는 것”이라며 "임대료도 임대료지만 매출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출만 있으면 여기서도 다 버텼다"면서 "지금 산업이나 문화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탓"이라고 덧붙였다.

중개사는 “예전에는 점포의 회전율이 빨랐다. 매장 전체가 3, 4번은 회전을 했는데 요즘은 1번도 힘들지 않나"라면서 "3차, 4차까지 술을 마시는 회식 문화도 바뀌고, 밥 먹고 2차 가봐야 호프 정도다”라면서 “배달과 온라인 때문에 밥도 이제 밖에서 잘 안먹다보니 소비를 잘 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문화적인 변화와 산업 변화가 매출에 대한 감소를 이끈 우선적인 이유라는 의견이었다. 해당 업자는 “이태원, 홍대 측은 젊은 유동인구가 많아 그나마 낫지만 거기 빼고는 다 전반적으로 마찬가지다"고 말하면서 "다른 온라인 서비스 등이 생기면서 나오는 과도기로 본다.”고 분석했다.

종로의 상권은 오피스의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요식업의 비중이 컸다. 과거 상권을 견인했던 종로의 요식업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외식 문화의 변화와 온라인 사업의 도전으로 인해 상권 전체의 침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피스 공실이 올라가면서 매출이 줄어든데다가 요식업 밀집 지역인 특성상 다른 상권 지역보다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 그리고 외식배달과 음식관련 이커머스가 늘어나는 데 대한 더 큰 충격을 종로는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