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한·UAE 항공협정이 결렬되면서 항공 빅2로 불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마냥 안도하기엔 섣부르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2분기 어닝쇼크를 우려하는 관측도 나온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한·UAE 항공협정 회담은 항공편 증대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렬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회담에서 UAE 측이 요구하는 공급력 증대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며 “양 항공당국은 항공산업이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향후 항공회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에서 UAE는 인천∼UAE(두바이·아부다비) 노선 증편을 최소 2배 이상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UAE와 카타르 등 중동 항공사들은 끊임없이 한국 시장 증편을 요구해왔다. 업계들 이들의 행보가 유럽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큰 피해를 우려했던 국내 항공사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중동발 악재까지 겹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 출처=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특히 한-UAE 노선 증편으로 직격타가 예상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양사는 항공편이 늘어날 경우 핵심 수익 노선인 두바이,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전전긍긍해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는 국내 항공사보다 공급력은 5배 이상, 운항횟수는 3배 이상 많다. 규모의 경제에서 국내 항공사들이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 항공사는 국내 항공사보다 20~30%가량 운임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다. 만약 증편이 이뤄졌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일부 유럽 노선을 폐쇄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항공 빅2가 구사일생으로 중동발 악재는 피했다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들어 연이어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비수기와 무역분쟁 여파, 원화 약세라는 3중고에 회사별 이슈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올 2분기 빅2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양사의 실적 발표를 두고 어닝쇼크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하면서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여객실적은 양호한 수준으로 예상되나, 화물부문 부진과 일회성 인건비가 이를 일부 상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한항공의 경우 일본노선 매출비중은 국적항공사 중 가장 낮은 11% 정도라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3분기말부터는 인천 발 중국도시 증편과 신규 취항들이 예정돼있어서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매각 이슈도 맞물려 있어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다만 아시아나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익이 90% 가량 줄며 어닝쇼크를 기록해 감소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