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 시장 재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미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양한 무기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자기들의 방식으로 넷플릭스의 지위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49억2000만달러, 영업이익은 53% 증가한 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치로 보면 고무적이지만 문제는 가입자 증가세다. 총 가입자 순증 규모는 2분기 270만명을 기록해 글로벌 가입자 1억5000만명을 돌파했으나 이는 전년 동기 550만 증가세와 비교하면 절반이다. 특히 8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 가입자 수치가 하락했다.

콘텐츠 수급도 원만하지 않다. 디즈니와의 콘텐츠 수급 계약 종료 후 오리지널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한 방’은 없다는 평가다. 각 지역의 콘텐츠 제작사들과 만나 파격적인 지원으로 콘텐츠 거점 점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다. 워너미디어는 새로운 OTT인 HBO 맥스 공개를 앞두는 가운데 2020년부터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인기 드라마 프렌즈의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NBC 유니버셜도 6월부터 인기 시트콤 오피스를 넷플릭스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및 테크 기업의 가능성을 동시에 발휘하며 위기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마지막 시즌, 종이의 집 마지막 시즌, 더 크라운 마지막 시즌, 영화 더 아이리쉬맨, 6 언더러드라운 등 대형 콘텐츠를 하반기에 풀어 반전을 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왕좌의 게임 시리즈 제작자인 데이비드 베니오프(David Benioff)와 D.B 와이어스(D.B. Weiss)도 품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두 제작자와 2년 계약을 맺었으며 계약 규모만 2억달러다. 다만 큰 틀에서 넷플릭스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양한 무기를 가진 경쟁자들의 위협적인 전략이 속속 베일을 벗고 있기 때문이다.

요금제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인도에서 3400원 요금제를 최근 출시했다. 모바일 전용이며 미러링을 통해 대형 TV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떠오르는 신흥 ICT 시장인 인도에서 어필하기에는 충분한 기능과 요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최대 6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 디즈니 플러스가 눈길을 끈다. 출처=갈무리

디즈니부터 아마존까지

디즈니는 이미 넷플릭스와 콘텐츠 수급을 중단하며 자체 플랫폼 승부수를 공개한 상태다.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구독료는 월 6.99달러다. 넷플릭스의 구독료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며, 글로벌 진출은 유럽과 아시아가 2020년, 남미는 2021년이다. 콘텐츠 전략이 눈길을 끈다. 겨울왕국2와 토이스토리4 등 양질의 콘텐츠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2020년까지 약 50억달러의 콘텐츠 투자가 예상된다. 여기에 경영권을 확보한 훌루를 통해 콘텐츠 다양성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디즈니는 최근 디즈니 플러스와 스포츠 방송 서비스인 ESPN, 성인용 방송 중심의 훌루를 묶어 월 13달러에 제공할 뜻도 밝혔다. 다분히 넷플릭스를 겨냥한 상품이다. 콘텐츠의 강자로 군림하며 다양한 플랫폼을 묶어 파는 전략은 추후 넷플릭스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애플도 한 칼이 있다. 애플TV 플러스는 막강한 콘텐츠 라인업을 구성하기는 했으나 핵심은 단말기 존재감에 있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 디바이스 보유자를 모두 애플TV 플러스의 신규 가입자로 끌어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AT&T의 로드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워너미디어를 인수한 AT&T가 내년 봄 HBO맥스라는 자체 OTT 플랫폼을 출시하는 가운데, DC코믹스와 드라마 제작사 HBO 등 다양한 콘텐츠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셜 전략도 탄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의 라이벌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특유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 재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번들 인프라의 성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과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는 월마트가 인도에서 OTT 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플립카드를 기반으로 포인트 별 콘텐츠 감상 방식이다. OTT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생태계 확장을 돕는 프로모션이다. 당연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같은 특별한 로드맵은 없지만, 추후 시장에 안착할 경우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벌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비롯해 파격적인 요금제로 무장한 넷플릭스, 나아가 현지 강자인 핫스타와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월마트는 OTT 시장 자체보다 이커머스의 보조장치로 로드맵을 작동시키는 분위기다. 아직은 테스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