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만년 3위 LG유플러스의 5G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 기세를 몰아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CJ헬로 인수를 앞두고 있으나 알뜰폰 사업에서 발목이 잡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부인 헬로모바일을 두고 CJ헬로를 인수하려는 LG유플러스와 나머지 이통사들이 씨름하고 있다. 

알뜰폰의 정식명칭은 이동통신 재판매(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서비스다. SK텔레콤, KT, LGU+와 같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망을 임차해 이용자에게 자체 브랜드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3사 구도로 굳어진 통신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자 2011년 출범한 알뜰폰은 2012년 국민 공모를 통해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당국에서도 알뜰폰 제도 도입 이후 매년 이통사의 알뜰폰 망을 상대로 한 도매대가를 인하하도록 하고 사업자에 대한 전파사용료를 면제하는 등 제도를 활성화해 왔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의 수는 44곳에 달한다.

문제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사 계열의 알뜰폰 업체 5곳의 가입자가 218만 3000명으로 5개 사업자 평균 72만 8000명을 확보하고 있다. 3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알뜰폰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의 평균 가입자 수는 15만 2000명이다. 여기에 이미 알뜰폰 자회사를 가진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서 통신업계의 경쟁을 촉진하려고 만들어진 알뜰폰 제도가 다시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의 지배력 아래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LG유플러스가 인수하려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부 헬로모바일의 가입자는 76만 2000명으로 이통3사 계열이 아닌 사업자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CJ헬로의 점유율 9.4%에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점유율(5.8%)이 더해져 알뜰폰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케이블업계 1위인 CJ헬로 인수로 유료방송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알뜰폰 시장에서의 도약이 한 번에 점쳐지는 상황이다. SK텔레콤과 KT가 LG유플러스를 견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부분에서 '독행기업'이라는 개념이 계속 언급된다. 독행기업은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업계 독과점을 막고 소비자 이익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16년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하는 논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점, IPTV인 브로드밴드와 SO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의 합병법인 추진으로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3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지만 3사의 상호견제는 치열하다. 지난 7월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에서 SK텔레콤과 KT은 알뜰폰 시장의 구조의 변동이 없고 CJ헬로가 알뜰폰 시장에서 ‘독행기업’의 지위를 갖고 있다며 알뜰폰 제도의 유명무실화를 막기 위해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알뜰폰 사업부를 분리매각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은 이동통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의 결합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CJ헬로의 알뜰폰 점유율이 떨어진 부분을 지적, 독행기업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인수를 마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과기정통부의 승인이 남은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15일 과기정통부와 공정위에 인수를 위한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에 관련된 사항을 심사하고, 과기정통부는 방송법·전기통신사업법상 방송과 통신영역에서 각각 최다액출자자변경 승인, 최대주주변경 인가와 그에 따른 공익성심사를 진행 중이다. 승인 결과는 올 하반기에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승인이 떨어질 때 까지는 비밀 유지 조항에 의해 최종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시점은 미지수다.

지난 2016년 7개월간 이어졌던 당국의 심사 끝에 SK텔레콤의 인수합병이 불허됐을 때도 구시대적 조치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더욱이 올해 유료방송 시장의 인수합병 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경쟁사들도 강하게 LG유플러스를 압박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는 당국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성공하면)LG유플러스는 5G 환경으로 재편되는 통신시장에서 미디어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된 한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미디어 컨텐츠 소싱이나 홈쇼핑 수수료 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79만 MVNO(알뜰폰) 가입자들에 대한 획득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