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엔씨소프트가 자사의 PC 온라인게임 리니지2의 정액제를 폐지한다. 기존엔 일부 서버에만 부분유료화를 도입했지만 14일부터는 모든 서버에 적용된다. 이와 함께 신규 클래스를 추가했다. 자동사냥 시스템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시스템을 개편하는 한편 회사의 장기적인 수익성도 도모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리니지2는 14일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된다. 출처=엔씨소프트

6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엔씨는 오는 14일 리니지2의 대형 업데이트와 함께 여러 변화를 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액제 이용권 폐지다. 기존엔 리니지2를 즐기기 위해선 월 게임 이용료 2만9700원을 내야 했다. 매달 이용료를 내는 과금 모델은 과거 2000년대 초반 PC MMORPG에 주로 사용됐던 방식이다.

그러나 이 과금모델은 무료 게임에 비해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어렵고 유저 하락폭이 크면 장기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다. 이에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인게임 내에서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형태인 부분유료화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엔씨소프트는 MMORPG의 명가인 만큼 자사 게임들에 이 과금 모델을 꽤 오래 유지했다. 물론 정액제라고 해서 게임 내에 유료 아이템 판매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중 리니지2는 마지막으로 남은 월별 결제 방식의 게임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아이온(2018년 1월), 블레이드앤소울(2016년 12월), 리니지(2019년 5월)의 전면 부분유료화를 단행했다. 리니지2에는 지난해 11월 별도의 무료서버 아덴을 오픈하긴 했지만 모든 서버의 변화는 아니었다. 

무료화로 인한 이용자 유입 증가 효과는 눈에 띈다. 앞서 리마스터와 함께 정액권을 폐지한 리니지는 정책 변화 전 대비 이용자 트래픽이 2배 이상 늘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에 따르면 리니지2의 경우도 지난해 새로 생긴 무료 서버 아덴의 이용자 트래픽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정액권 폐지 이유에 대해 “이용자 확보를 통한 장기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용권 폐지는 엔씨 입장에선 고정 수입이 없어지는 걸 뜻하지만 실제 매출액은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이용권 판매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이용자가 늘어나서 유료 아이템 결제 수익이 증가하는 편이 매출 증가에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앞서 무료화를 단행한 블레이드앤소울과 아이온은 무료화 이후 전분기 대비 30~40%가량의 매출액 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리니지 리마스터의 경우 올해 2분기에 1분기 대비 매출이 142% 급증했다. 물론 부분유료화 전환의 단일 효과는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요금제 변화와 함께 신규클래스·신서버 추가, 사전 예약 등 각종 인게임 이벤트 등을 활용했다. 

리니지 리마스터를 통해 효과를 얻었던 전략을 리니지2에도 적용하는 모습이다. 신규 클래스·신서버 추가와 그래픽 개선 등이 그 예다.

엔씨는 리니지2에 신규 클래스 데스나이트와 신서버 데스나이트를 추가한다. 신규 이용자 유입도 유도할 수 있는 업데이트다. 여러 MMORPG가 그렇듯 신규 클래스를 추가할 때 신서버를 함께 개설하는데, 이는 기존 유저들과의 밸런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래픽의 경우 캐릭터 생성 및 선택 화면 등 인터페이스를 좀더 직관적이고 보기 좋게 바꿀 예정이다.

PC 온라인 게임 한도가 폐지된 점도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준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엔 성인의 경우 온라인 게임에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 한 달에 50만원으로 제한됐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 6월 이를 최종적으로 폐지하며 결제액 상한이 사라졌다.

엔씨소프트는 자사 PC·모바일 MMORPG에 캐릭터 육성을 돕는 자동사냥, 모바일 연동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리니지 리마스터에 적용된 자동사냥 시스템인 PSS가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자동으로 몬스터를 때리고 물약을 먹는 수준을 넘어서 사냥터 이동, 사냥 세팅, 자동 귀환, 물약 구입, 창고 정리 등 이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육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구현됐다. 이와 함께 밖에서도 PC 게임 화면을 확인하고 간단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모바일 연동 앱 예티를 론칭했다. 게임 사용량은 늘어나고 육성 속도가 빨라지면서도 이용자의 편의는 높아지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게임 시스템을 맞추는 한편 게임사에도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자동사냥은 이용자를 반복적인 ‘노가다’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다만 그만큼 게임 시간은 늘어나며 게임 진행에 필요한 재화는 더 많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리니지2에도 변화의 흐름은 비슷하다. 리니지2에는 자동사냥과 예티가 이미 서비스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자동사냥 시스템 수준은 리니지 리마스터에 적용된 PSS에는 미치지 못한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의 자동사냥 성능을 리니지 리마스터에 적용한 수준으로 끌어올릴지도 관심사다. 

자동사냥은 모바일에 특화된 모드지만 엔씨소프트는 이를 PC MMORPG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아직 전체 PC MMORPG 시장에선 수동조작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액션성, 타격감, 조작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리니지2M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과금 정책 변화와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 점도 주목된다. 엔씨는 리니지M 출시 이후 차기작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자체 개발 모바일 타이틀은 총 5종으로 많지만 출시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신작 출시가 2년째 부재하며 올해 엔씨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좋지 못하다. 신규 매출원을 확보하기 전까지 기존 PC 온라인 게임의 매출 확보를 통해 상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2분기에는 리니지 리마스터가 그 역할을 하며 전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올해 3분기엔 리니지2가 큰 폭의 반등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