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이 자신의 추가 금리 인하 주장에 귀 기울이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역전쟁을 격화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출처= Vox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다시 고조시키는 것은 나중에 연방준비제도(연준)조차 완전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 경제에 강력한 충격을 줄 위험성이 크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미 연준이 지난 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지만, 불과 24시간도 안돼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 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다시 부추겼다. 새로운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의 새로운 전선은 전 세계에 걸쳐 제조업의 침체를 가중시킬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기업 신뢰지수는 더욱 떨어질 것이고 그나마 버티던 소비자 낙관론까지 타격을 줄 것이다. 요컨대,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에서 무슨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투자운용사 인베스코(Invesco)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세계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무역전쟁의 고조로 불황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관세 부과 발표로 중국과의 무역 휴전을 전격 종료하면서 투자자들의 허를 찔렀다. 드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양국간 회담이 계속되더라도 내달 1일부터 남은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식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매도가 급증하면서 폭락했다. 현금이 초안전 자산인 국채에 몰리면서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최근 몇 년 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후퍼는 "이곳은 우리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향해 가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 관세가 25%까지 오를 가능성도 숨기지 않았다.

타깃이 된 소비재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느냐와 상관없이, 무역 긴장의 고조는 기업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

양국의 무역 긴장이 높았다 낮아졌다 반복하면서 CEO들은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게 됐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을 고용하거나 새로운 공장을 짓는 일을 보류하고 그냥 상황을 지켜 보고만 있는 것이다.

블리클리 자문그룹(Bleakley Advisory Group)의 피터 부크바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일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태리프맨(tariff man)이 다시 돌아왔다. 우리 경제에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썼다.

부크바 CI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불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지출의 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광범위한 소비자 상품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로 인해 의류, 신발 등과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과 같은 전자제품 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 의류 및 신발 협회(American Apparel & Footwear Association)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 중 42%와 신발의 69%는 중국에서 수입된 제품이다.

부크바 CIO는 "이것이 소비 지출을 감소시킬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관세가 실제로 발효된다면 미국에 경기 침체 바람이 불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응은

물론 시장 혼란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철회할 가능성은 있다.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그렇게 된다면 경제는 큰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압박 강화가 역효과를 불러와 중국의 보복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마이클 허슨 중국 및 동북아 지역팀장은 "이번에는 트럼프의 도박이 먹힐 것 같지 않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협박에 못 이겨 합의했다는 인식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싸움을 원치 않지만 필요하다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은 필요한 대응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보복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의 선택지로는 중국도 마찬가지로 관세로 반격하는 것, 세계 기술산업이 의존하는 희토류 광물의 공급을 제한하는 것,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심각해지는 글로벌 공장 둔화

사실 트럼프의 대중관세가 발표되기 전에도 세계 제조업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글로벌 제조업 신뢰지수는 7월에 마이너스 영역으로 곤두박질쳤다. 바클레이스는 "현재의 세계 산업 불황에 대한 또 다른 경고"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장 활동도 7월에 거의 3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제조업의 침체를 무역전쟁의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 그 주장은 전적으로 맞지는 않다. 경제연구소(Economic Research Institute)의 라크쉬만 아쿠탄 공동창업자는 글로벌 공장 활동의 침체는 2018년 봄 무역전쟁 발발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주기적 경기 침체에 무역전쟁이 엎친데 덮친 격이 된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이미 침체에 노출된 상황에서 미국이 그 위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통화 완화 구제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가 크게 불안한 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BoAM)의 아디티야 브하브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쿠션’이라고 지적하며 "성장에 위험을 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위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이 자신의 추가 금리 인하 주장에 귀 기울이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역전쟁을 격화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BoAM의 브하브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의 금리인하로 자신감을 갖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연준이 자신도 모르게 무역에 대해 보다 매파적인 입장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연준이 추가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금리인하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투자은행인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rown Brothers Harriman)의 세계통화전략 책임자 윈 씬은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도록 하기 위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감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월가는 이미, 무역 긴장의 고조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말에 또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하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은 계속해서 금리를 인하하고, 무역 정책은 더더욱 강경해지겠지요. 그러다 보면 연준이 다음 경기 침체와 싸울 실탄이 바닥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