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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攻心爲上 攻城爲下, 결론은 사람
   

장고 끝에 악수 나고, 기껏 택하는 게 하책이다. 살다 보면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닌가 하고 여겨질 때 마저도 많다. 최근의 국내 정치 상황이나 역사에서 일본이라는 국가가 선택해 온 전략도 그렇게 보인다.

공심위상 공성위하(攻心爲上 攻城爲下) 심전위상 병전위하(心戰爲上 兵戰爲下)라는 말이 있다.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상책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다. 심리전이 상책이고 군대를 동원하는 전쟁은 하책이라는 의미이다. 사실 모든 행동에 마음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진실할 수 없는데, 회사 일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시켜서 하는 일과 우러나서 열과 성을 다하는 경우의 차이는 너무나 극명하다.

직원들의 주인 의식을 투철하게 하고 싶다면, 주인도 아닌데 주인 의식이 없다고 탓하지 말고, 먼저 직원들에게 주인 대접을 해 주면 된다. 미국의 인사관리 전문 컨설팅 회사 에이온휴잇은 직원들에게 주인 대접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정보를 공개하라’고 권한다. 주요 관리지표를 비롯한 모든 경영 정보를 직원들과 과감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자기 집 재산과 운영 상태를 전혀 알지 못한다면 주인이라 할 수 없다. 

 

패망의 원인, ‘외부의 적' 아닌 ‘내부의 적' 때문

아놀드 토인비는 ‘그 어떤 외부의 도전도 내부적으로 강하면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 많은 나라가 망했다. 그런데 그 원인은 한결같다. 바로 ‘내부의 적’ 때문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내부의 적은 잘 보이지도 않고 알아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주요 자리를 차지 하고 있던 정치인들이 엄한 짓 해서 나라를 망쳐 놓은 것처럼, CEO 자신도 내부의 적이 될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에 좌우된다.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음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조직이 겉으로만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그친다면 그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 흔히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최고의 처세술이라고 하는데 그 기본 원리는 ‘지극함’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극한 정성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지극한 커뮤니케이션을 아무나 하지는 못한다. 

천금매골(千金買骨)이라는 고사에서 지극함을 볼 수 있다. 천금을 주고 뼈를 산다는 뜻이다. 옛날 중국의 어떤 왕이 천리마를 좋아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천리마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데, 몇 년 동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신하 중 한 사람이 천리마를 구해 오겠다고 나섰고, 왕은 천금을 주었다. 

천리마를 찾아 헤매던 신하는 어찌어찌 천리마 소식을 듣긴 했는데, 당도 했을 때는 이미 말이 죽은 뒤였다. 신하는 죽은 말 머리를 오백금을 주고 샀다. 왕은 죽은 말에 노발대발했다. 하지만 신하는 ‘좋은 말이라면 죽은 말도 이렇게 거금을 주고 사는데, 살아 있는 말은 오죽할까’하고 소문이 날 것이니, 머지 않아 사람들이 천리마를 팔려고 몰려들 것이라 말했다. 결국 신하 말대로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왕은 천리마 세 필을 구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내용은 중국 전국시대 연나라 곽외가 소왕에게 해준 이야기에 불과하다. 당시 혼미했던 정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인재를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자신을 죽은 말로 사용하라’는 곽외의 말을 듣고 소왕은 인재를 얻고자 진정으로 노력했다. 덕분에 뛰어난 인재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얼마 뒤 연나라는 황금기를 누렸다. 결국 사람이 제일이고 인사가 만사라는 결론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이지만, 잘 못하면 인사가 망사(亡社)라는 말도 있다. 호불호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 김응용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을 들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자서전을 통해 ‘사람을 얻으면 우승은 덤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모든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했다. 바로 커뮤니케이터가 해야 할 일과 동일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한 말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해외 투자 사업에 깊숙이 참여하여 1990년대 초 중국 진출 사업부터 아프리카에 제조법인을 세우는 데에까지 관여를 했고 그 뒤 그룹 기획을 담당했던 선배가 있었다. 인사, 총무 등 여러 관리 분야를 담당하다가, 한동안은 커뮤니케이션도 맡았다. 항상 열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은 후배들의 귀감이었다. 

항상 열일 하는 선배의 모습만 봐 왔던 나로서는, 나중에 그 선배가 털어놨던 이야기는 의외였다. ‘맡았던 여러 업무들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토로했다. 기업 내 웬만한 것들은 정량적 예측과 평가가 가능한데, 커뮤니케이션은 정량적인 것들과는 너무나 판이하고 오로지 지극함을 무기로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옆 동료들 마음을 얻기도 쉽지 않다. 하물며 바깥에서 회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밑도 끝도 없고 방법도 딱히 없어 보였다고 했다.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밥도 먹고 술을 마셔야 할 때도 많았고, 부담되는 사안에 대한 의논도 주저 주저해 가면서도 해야 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밤을 낮 삼아 뛰어 다녀야 했다. 선배가 첫 손가락에 꼽은 커뮤니케이터의 어려움이 바로 그 점이다.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중국 전국시대에 유명한 ‘전국사군’중에 신릉군(信陵君) 무기(無忌)라는 사람이 있었다. 인재를 귀하게 대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식객이 3,000명이 넘었다. 그럼에도 인재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 모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후영(侯嬴)이라는 미천한 성문지기를 모시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한 이야기가 널리 회자된다. 후영에 대해 얘기를 듣고 많은 재물을 보냈는데, 후영은 이를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자 무기는 사람들을 초대해 연회를 열고, 후영을 제일 상석으로 모시려 했다. 게다가 신릉군이 후영을 직접 모셔오기 위해 수레를 몰아 길을 나섰다.

후영은 위나라 수도 대양의 초라한 성문지기에 불과했다. 나이 70세의 가난하고 남루한 늙은이였지만 신릉군은 예를 갖춰 몇 번이나 간청하여 모셨다. 마지못해 응하기는 했지만, 신릉군의 됨됨이를 테스트 할 요량으로 저잣거리의 푸줏간으로 데리고 가 고기를 썰고 있던 푸줏간 주인 주해(朱亥)에게 인사를 시켰다. 하지만 신릉군은 주해 역시 후영과 같이 예를 갖춰 대하고 함께 모셨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한 사람은 볼품없이 늙은 성문지기요 또 한 사람은 남루한 차림의 푸줏간 주인이라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신릉군의 지극함과 사람 됨됨이를 높이 사는 후영의 태도에 공감해 했다. 결국 신릉군의 사람에 대한 지극함은 훗날 그 자신에게 되 돌아왔다. 신릉군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후영과 주해가 구해주기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말은 쉽다. 하지만 한결 같은 지극함을 유지해야

사람을 얻기란 쉽지 않다. 예전 어느 기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CEO와의 인터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것은 그 회사나 인터뷰 내용이 아니라 당시의 에피소드뿐이었다. 마침 식사 때라 구내 카페테리아에서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카페테리아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카트에 식판과 포크 나이프들을 잔뜩 싣고 가다가 하필이면 인터뷰 중이던 두 사람 근처에서 카트와 함께 넘어졌다.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진 카트에서 접시며 식기들이 쏟아지고 깨졌다. 관리매니저와 직원들이 황급히 달려와 주변을 정리했는데, 기자 앞에 앉아 있던 CEO는 그 큰 소동에도 불구하고 놀라는 기색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그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기자에게만 집중했다고 했다. 곁눈질로 흘깃 바라보던 기자도 자기만 바라보는 CEO에게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면서 농담조로 소동이 일어난 것을 듣지 못했는지 물었는데, 대답이 가관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놀랐지만 티 내지 않았을 뿐입니다. 만일 제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면, 그 파트타임 여직원은 해고 될 것이 뻔했습니다.”

기자는 그 회사에서 눈 여겨 볼 만한 실적과 외형 성장세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CEO가 직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라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소음과 소동에도 CEO는 직원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 뒤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내용과 톤이 어떠 했으리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말을 하기는 쉽다. 그리고 한 두 번 정도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환대를 하거나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진정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십 년 이십 년 한결 같은 모습을 보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한결같은 지극함’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자세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8.06  06: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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