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택시합승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서울 사당역에 해가 지면 줄지어 늘어선 택시 사이로 취객들의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스며들 때. 법의 그림자에 숨은 택시기사들은 수원이나 과천, 안양 등 행선지가 비슷한 승객들을 마치 테트리스처럼 모아 위험한 동행을 주선했다. 사고가 벌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 결국 택시합승제는 1982년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 반반택시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코나투스

코나투스의 반반택시 가동
택시합승제가 공식적으로 금지된 지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 지점에서 ICT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사장된 택시합승제를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 스타트업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1일 정식으로 가동을 시작한 반반택시의 코나투스 이야기다.

반반택시는 같은 방향의 승객들의 자발적 동승을 중개하는 택시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앱의 동승호출을 선택하면 택시를 호출해 운임을 나눠내는 방식이다. 기존 택시합승제와 유사해 보이지만 행위의 주체가 다르다. 금지된 택시합승제가 철저히 기사의 입맛에 따라 작동했다면, 반반택시에서 동승을 좌우하는 주체가 승객이다.

상당한 의미가 있다.

사회비용적 측면에서 볼 때 택시합승은 거시적 관점에서 자원의 효율화를 담보한다. 즉 A라는 지역에서 B라는 지역으로 이동할 때, 4명의 승객이 4대의 택시를 타는 것보다 4명의 승객이 1대의 택시를 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승차난이 심각한 심야 시간에 택시합승의 효율성은 더욱 극대화된다. 

택시의 숫자에 비해 승객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고, 이 과정에서 심야 택시합승은 복잡한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된다. 이러한 일시적 교통수단의 보조적 장치는, 카풀의 등장 당위성으로 소개될 정도로 모빌리티 업계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택시합승제의 ‘부작용’에 있다. 택시합승을 택시기사가 주체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승객은 의도하지 않았던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극단적인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택시합승제는 상처가 난 사과와 닮았다. 사과를 먹을 때 상처가 나 곪은 부분을 잘 덜어내면 맛있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으나, 우리는 지금까지 상처가 난 부분을 덜어내는 방법을 몰라 사과 자체를 버렸다. 그래서 금지했으나,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는 동승 선택권을 승객에게 주며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ICT 기술의 등장으로 가능한 일이다. 예전에는 택시가 배회하면 승객들이 이를 잡아야 하는 구조였으나, 지금은 ICT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승객이 미리 택시를 예약하고 ‘콜’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가 생겼다. 그 연장선에서 코나투스는 반반택시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의 기능을 택시합승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반반택시의 가동이 의미있는 이유다.

▲ 반반택시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코나투스

코나투스의 모범답안...그러나
코나투스는 지난달 11일 모빌리티 분야 최초로 ICT 규제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된 후, ‘반반택시’ 서비스 출시를 위해 서울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기관과 준비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서울시와는 실증특례 조건 준비사항에 대해 협의하였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전 조건 완료 검수 회의도 마쳤다.

이를 통해 다양한 주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새로운 서비스 시행과 안전에 대한 우려사항을 고려하여 동성간 동승 지원, 이용자 실명 가입, 100% 신용·체크카드 결제, 탑승 사실 지인 알림, 자리지정기능 탑재, 24시간 불만 접수·처리 체계, 강력범죄 위로금 보험 가입 등 다양한 방안으로 사용자 경험을 확대했다는 평가다.

코나투스 김기동 대표는 “앞으로 승차난이 심각한 현장에 직접 나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반반택시’가 수십 년간 난제였던 심야시간 택시난 해결의 혁신적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반반택시에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택시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혁명을 일으키는 한편, 안정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으나 수익성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의문부호가 달린다. 나아가 반반택시 서비스의 경우 심야 승차난이 심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동반경이 좁은 편이다.

택시합승을 원하는 승객이 얼마나 많을지도 미지수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면’ 택시합승을 택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많은 승객들은 쾌적한 환경속에서 조용히 이동을 하고싶어 한다.

그런 이유로 코나투스가 카풀 스타트업과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영위하면 위험하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카풀 논쟁 당시 많은 사람들은 카풀에 지지를 보냈으나, 이는 카풀이 쾌적하고 훌륭한 서비스였기 때문이 아니라 질 낮은 택시업계에 대한 일시적인 징벌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반반택시가 승객 입장에서 금전적인 이득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내가 편할 수 있다면 요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을 어떻게 파고드느냐가 관건이다.

심지어 21세기 대한민국은 완벽에 가까운 대중교통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이동 수단을 만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택시 개편안이 등장한 후 많은 모빌리티 기업들이 플랫폼 택시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중이며, 이 과정에서 택시동승만 지원하는 반반택시는 승객의 사용자 경험을 비약적으로 높이기에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코나투스가 반반택시를 기점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을 연결하거나, 택시를 중심으로 한 ICT 사용자 경험의 다양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