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0년 7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장기적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 주목된다.

파월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시장 불안이 5, 6월에는 완화됐다고 언급하면서도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비하기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보험성이라는 입장을 그대로 견지했다. 시장은 앞뒤가 안맞는 듯한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낮은 인플레와 미중 무역분쟁이 최대 금리인하의 요인이다. 그 외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경기의 완만한 상승기조도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결국 손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만한 상황이다. 주식시장은 싸늘하게 일단 반응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약화됐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연준, 10년 7개월만 기준금리 인하 결정…보유자산 축소 앞당겨

연준은 30일부터 31일(현지시간)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후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0년 7개월만이다. 연준은 2015년 12월 금리인상을 시작해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를 올렸다.

이번 금리 인하는 글로벌 경기 성장세 둔화 우려와 물가압력 등이 고려됐다. 연준은 이날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이 높아졌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둔화됐다‘면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금리 인하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다. FOMC에서 투표권을 보유한 위원 10명 중에서 에릭 로젠그렉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에스더 조지 캔자스 시티 연은 총재 2명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연준은 또 양적긴축(QT) 정책 중 하나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8월 1일 종료하기로 했다. 연준은 앞서 보유자산 축소를 9월말에 끝내겠다고 밝혔었다. 보유자산 축소는 중앙은행이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해 시중의 자금을 회수하는 통화긴축 정책을 뜻한다.

파월 연준 의장, 이번 금리 인하 보험 성격 강조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에 대해 “명확히(definitely) 보험적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종료 직후 “연준은 금리 인하를 기본적으로 정책에 대한 ‘중간 사이클’ 조정으로 생각한다”면서 “장기적 금리 인하 사이클은 연준의 견해나 전망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조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이번 금리 인하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적 성격의 대응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로 전환됐다고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0.25%포인트 금리 인하 폭보다는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중립을 거쳐 완화로 옮겨오는 과정을 밟아왔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약 2%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 전망된다”면서 “연준이 우려하는 건 글로벌 경제 둔화”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이번 기준 금리 인하 조치는 과거의 인하 기조의 시작과는 다르다”면서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검토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지 여부는 글로벌 경제 최대 불확실성으로 지적되는 미중 무역전쟁 등의 진전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풀이된다.

금리인하 시장 예상치 부합…뉴욕 증시 하락 마감

금리 인하 수준이 시장이 예상한 0.25%포인트 인하로 발표된 가운데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1%이상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두달만에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1.23% 하락한 2만6864.27로 장을 마감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09% 하락한 2980.38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도 1.19% 급락한 8175.42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브래드 맥밀런 영연방금융네트워크 애널리스트는 “거래 마감일 중 매도세가 예상보다 다소 컸다”면서 “이 같은 투자는 단기적일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재조정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펀더멘털로 돌아가면 약간의 부양책을 보유한 건강한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나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세프 애바시 인터네셔널 에프씨스톤(INTL FCStone) 미국 기관 주식 및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이번 결정은 앞으로 더 많은 변동성을 줄 수 있지만 8월로 접어들면서 다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매수 심리가 나타나기 시작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로웬가트 이트레이드 투자전략담당 부사장은 “가장 놀라운 것이 언급되지 않았다. 성장 냉각에 관한 것이다”면서 “투자자들은 저금리를 미래에 대한 ‘뉴 노멀’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베일 닛코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글로벌 경제 둔화가 앞선 전망치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연준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침체로부터 전적으로 주식 시장을 보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